“수해 산불 폭설에 지진까지 겹치다니 무섭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해마다 대형 재난사고가 되풀이된 강원지역에서 20일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까지 발생하자 도민들이 받은 심리적 충격은 상당했다. 특히 항상 재난의 중심에 있었던 평창군은 더욱 그렇다.
평창군 주민 김모(50)씨는 “‘꽝’ 소리와 함께 집이 좌우로 요동 쳐 무너지는 줄 알았다”면서 “재작년 대형화재에 이어 지난해 장마를 경험했는데 이젠 지진이라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평창군은 공교롭게도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후보도시여서 강원도 및 주민들은 이번 지진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현지실사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속초시에 사는 최모(43ㆍ여)씨도 “큰 소리와 함께 아파트가 흔들려 겁먹은 아이들을 달래다 TV속보를 보고서야 안심했다”면서 “낙산사 화재가 엊그제 같은데 지진 피해까지 생겨 강원도 차원의 살풀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춘천시의 김모(27ㆍ여)씨는 “친구들과 2층 찻집에서 대화하고 있는데 바닥이 수초 동안 흔들려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스키장은 여진을 우려, 시설물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날 지진은 수도권을 비롯, 충청 전북 대구 등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감지돼 기상청 소방서 경찰서 등에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전화가 몰리면서 불통사태가 빚어져 주민들이 갖는 공포심은 더 커졌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인모(27ㆍ여)씨는 “몸이 뒤뚱거려 손에 쥐고 있던 컵을 놓칠 뻔했다”며 “아파트에서 경보음까지 울려 한동안 너무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일부 주민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거나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 최모(43ㆍ여)씨는 “밥을 먹고 있는데 물잔이 움직일 정도의 진동을 느껴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한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고 말했다.
춘천=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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