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반도체 이천 공장 증설 문제가 수개월째 허송 세월이다.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오염배출을 우려하며 강력 반대하는 환경부, 이 앞에서 엉거주춤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여기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 대통령의 발언까지. 이 와중에 이천과 제2공장이 있는 청주 주민들은 공장유치를 놓고 감정싸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난맥상 그 자체다.
논란의 핵심은 반도체 제조과정에 포함된 구리공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느냐 마느냐다. 크게 보면 개발논리와 보존논리의 대결, 수도권억제시책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면 해법은 없다.
문제는 복잡미묘한 사안 때마다 나타나는 공무원 특유의 '질질끌기' 습성이다. 하이닉스는 친환경적 공정을 도입한 만큼 유해위험은 전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단 1%라도 유해물질 배출위험'을 걱정하고 있다.
이렇게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라면, 정부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해 하이닉스 구리공정의 위해성 여부를 검증부터 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증설 허용여부를 결정해주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절차는 밟지 않은 채 최근까지도 딱히 된다, 안된다 결론없이 질질 끌어만 왔다.
하이닉스 입장에서 최선은 물론 증설허용이다. 하지만 최악은 '불허'가 아니라, 지금처럼 결론 없이 마냥 미루는 것이다. 허용해주지 못할 바에야, 기업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속한 결론을 내리는게 스피드가 생명인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경쟁국인 일본 대만은 정부가 나서 발벗고 기업을 밀어주는데, 우리 정부는 최소한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질질 끌며 방해해서는 안될 일이다 .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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