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베를린 접촉에서 성과를 거둔 듯 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베이징 회담에서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한 북핵 협상이 곧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핵심 쟁점에 관한 이견을 얼마나 좁혔는지에 관계없이 대화 공백의 장기화를 막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북ㆍ미 모두 대화와 협상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지켜가기 바란다.
사흘에 걸친 북ㆍ미 6자회담 대표의 베를린 회동은 북한이 먼저 제안했다. 12월 베이징 회담에서 미국이 핵 동결을 전제로 2005년 9ㆍ19 공동선언 합의사항의 상호 이행을 제안한 것에 답을 미뤘던 북한이 긍정적 변화를 보인 셈이다.
북한의 회답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측 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가 6자회담 재개를 낙관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에 비춰 북한의 대화 의지를 일단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공동선언에서 표명한 것처럼 "북한과의 수교를 바란다"는 발언으로 북한의 변화에 호응했다.
물론 북한은 핵 폐기와 무관하게 미국의 제재 완화를 얻어낼 목적으로 제한된 타협의지를 보인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지난 6자회담에서 마카오 BDA 은행에 묶인 자금 2,400만 달러를 먼저 풀 것을 요구했다. 이에 비춰 북ㆍ미 양쪽은 베를린 회동에서 금융제재 완화와 핵 문제 협상을 나란히 진행하는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오랜 핵 대치의 큰 그림에 주목한다면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핵 문제 협상의 출발점은 공동선언 당시와 다르지 않다. 핵 활동 동결과 제재ㆍ압박 완화라는 요구사항을 서로 먼저 이행할 것을 고집하기보다, 요구수준을 함께 낮춰 조금씩 주고받는 방식으로 궁극적인 핵 폐기와 수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객관적 충고는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북한의 평화 의지와 이성적 처신이고, 미국도 한반도 긴장완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사회 또한 대안 없이 '핵 폐기 선행'을 외치는 것이 바람직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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