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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포털적인, 너무나 포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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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포털적인, 너무나 포털적인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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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음식을 하기 전, 종종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 이런저런 질문을 해댄다. 청국장 맛나게 끓이는 비법, 흡연자의 건강을 생각한 식단, 영양가 높은 식단 짜는 방법.

아내는 포털 사이트가 가르쳐준 대로, 말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하나하나 순서를 지켜가며, 행여 틀릴까 염려하며, 저녁을 준비한다. 그리고 늘 내게 묻는다. 죽이지? 나는 늘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죽인다고 대답한다.

사실, 포털 사이트(혹은 아내)가 끓여주는 청국장은 그런대로 참고 먹을 만한, 청국장 엇비슷한 맛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입 뜨면 그대로 우주로 발사될 것만 같은, 그런 깊은 맛은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포털 사이트란 무엇인가. 지식은 주되 지혜까지는 주지 않는 친구이다.

그 친구 앞에 앉아 우리는 오늘도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법' 따위를 물어본다. 그리고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조용히 제 이름 석자를 쳐본 후, 아무도 모르게 낄낄거리며 웃는다. 나도 뭐 지식인이다, 하면서.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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