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현대 유니콘스 프로야구단 인수 추진작업을 전격 보류했다.
만일 농협이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포기할 경우 올시즌 프로야구는 최악의 경우 현대를 제외한 7개 구단만으로 운영되는 파행을 겪을 수도 있다. 7개 구단으로 리그가 치러진다면 프로야구는 제8구단이었던 쌍방울 참가(1991년) 이전인 17년 전으로 퇴보하게 된다.
농협은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야구단 인수와 관련해 각계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서 별도의 내부방침을 정할 때까지 인수추진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농협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야구단 명칭을 ‘농촌사랑야구단’으로 하겠다"며 강력한 인수 추진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오후 들어 농림부가 농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야구단 인수시 정대근 회장의 업무정지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자 입장을 급선회했다.
90년대 중반 대형 할인마트인 하나로마트 출범에 이어 지난해 세종증권을 인수, NH증권으로 재탄생 시키는 등 종합그룹으로 발돋움을 꾀하고 있는 농협은 최근 정대근 회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를 만나 현대 야구단의 인수에 합의했었다.
농협은 한국일보와 스포츠한국의 ‘농협, 현대 야구단 인수’ 단독 보도가 나간 지난 15일 오후 인수 추진의지를 공개하는 등 야구단 출범 작업을 가속화했다. 이튿날인 16일에는 실무진을 홈구장으로 유력한 목동구장에 파견, 개ㆍ보수 비용(260억원)까지 파악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어 18일에는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와 만나 직원들의 퇴직금 문제까지 논의했다. 직원들과 함께 퇴직금 13억원까지 승계해 달라는 하이닉스의 요구를 즉석에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농협은 큰 문제는 아니라며 야구단 인수를 낙관했다.
그러나 농협노조, 농민단체, 농림부의 잇단 반대가 나오자 야구단 인수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농협노조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도곡동 KBO 야구회관 앞에서 현대 야구단 인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와 관련, 농협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포기 또는 추진을) 단언하기 어렵다. 각계의 반대가 있는 만큼 일단은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CBS뉴스레이다에 출연, “농협 외에 다른 어떤 기업도 현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은 없다. 농협 인수가 무산된다면 올시즌엔 7개 구단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 관계자는 농협의 야구단 인수 보류 소식을 접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미국 전지훈련은 정상적으로 떠날 것이다”며 “계열사 회장단의 결정이 중요한 만큼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현대가(家)’의 입장 변화를 기대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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