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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27) 헬리코박터균 박멸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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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27) 헬리코박터균 박멸하려면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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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외래에서 헬리코박터 균의 감염여부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TV 광고를 통해 이 균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탄 교수가 나오고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문구까지 등장하니, 그 유명세는 더해졌다. 환자들에게 설명하기는 편해졌지만, 앞서서 이것저것 치료 주문을 할 때면 곤란한 경우가 있다. 헬리코박터 치료에 대한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헬리코박터는 몇 가닥의 긴 꼬리와 나선형 몸통을 가지고 있어 ‘풀어진 짚신’과 유사한 모양을 가진 세균으로 1983년 베리 마셜 박사에 의해 발견됐다. 한 번 감염되면 강력한 위산에도 끄덕하지 않고 살아가는 지독한 균으로 위염, 위십이지장 궤양 등의 위장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1994년 헬리코박터를 위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발인자로 공식 발표했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보고 나면 누구나 자신의 위 안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헬리코박터를 없애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면 감염자 모두에게서 치료가 필요할까.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위암을 포함한 위장병의 원인을 헬리코박터 단독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일반적으로 감염자 중 약 15%에서 위궤양과 위염이, 1%미만에서 위암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감염률이 낮은 서구에서는 건강한 감염자라도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인구의 60~70%로 감염률이 높아 모두를 치료하고자 한다면 득실을 따져 보았을 때 국가적 의료비 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만 급격히 올려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대한헬리코박터학회에서 규정하는 표준지침에 따르면 균 치료 대상은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된 반흔을 포함한 모든 소화성 궤양 환자 ▦저등급 점막 연관 림프 조직형 위 림프종 환자 ▦조기위암의 위점막 절제 후 등으로 정해져 있다. 나머지의 경우는 특별히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요즘은 요구르트, 우유, 달걀 등에 헬리코박터 균을 억제하는 항체를 집어넣어 시판을 하는데 그 효과가 일정하지는 않다. 일부 도움은 되겠지만 균을 완전히 없애려면 병원에서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동시 투여하는 제균요법만이 가장 확실하다. 제균요법은 1~2주간 시행되며, 많은 양의 항생제가 투여되므로 이로 인해 쓴 맛, 구역질, 복통, 설사 등의 위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약 효과를 위해 투약 기간동안 금연, 금주해야 하며, 약을 빼 먹으면 치료효과가 떨어지고 오히려 내성균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투약이 중요하다.

대략 치료를 받은 환자 10명 중 8명에서는 성공적으로 균을 없앨 수 있으나, 2명에서는 균이 죽지 않을 수도 있다. 균이 죽었는지 여부는 제균 치료 4~6주 후에 내시경 검사로 재확인을 해야 한다.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또 균의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는 백신개발이 활발해 조만간 백신을 사용해 치료는 물론 장기간 재감염을 막을 수 있는 날도 올 것으로 보인다. 균으로 고민하지 않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이대동대문병원 소화기내과 김성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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