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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與의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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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與의 블랙코미디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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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신이 없다.”

19일 법원이 당헌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자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부끄럽다”(양형일 의원) “당원과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 뿐”(이화영 의원)이라는 자괴의 목소리가 계파를 불문하고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명색이 집권당 지도부가 범 민주세력 통합신당을 한다면서 기초적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당원 11명이 낸 가처분 신청에 발목을 잡힌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블랙코미디다. 율사 출신 의원만 해도 당에 몇 명인가.

코미디는 그날도 연출됐다. 김근태 의장은 전당대회준비위가 전날 전대의제를 ‘통합신당 추진’으로 합의한 데 대해 “당의 진로를 민주적 방식으로 합의했다. 우리가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해내고 있다”고 자화자찬 했지만, 불과 몇 시간 후 상황은 참담했다.

우리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반성과 고민 없는, 성급한 신당 만능주의가 낳은 필연적 참사다. 그 동안 무엇이 잘못됐길래 신당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신당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은 제쳐두고 그저 정치공학적 구도변경에 매달려온 결과인 셈이다. 신당파에게는 “늦어도 올 봄까지는 신당을 띄우고 여름엔 대선후보를 내야 경쟁이 된다”는 식의 시간표가 전부로 보였다.

한 학생 상담교사는 어느 책에서 “가난하다고 실망하는 아이는 없다. 희망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지금 우리당의 근본 문제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게 아니라, 정당사상 전대미문의 망신을 당해놓고도 “정면돌파 하자”, “밀고 나가자”며 상대방에 대한 삿대질에 열심인 사람들이 여전히 다수라는 데 있는지 모른다. 한 고위인사는 21일에도 “당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간 것은 해당행위”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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