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새해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최고고객책임자(CCOㆍChief Customer Officer)를 맡아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고 한다.
이 전무를 위해 신설된 이 직책은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및 협력관계 강화, 새로운 파트너십 모색, 신수종(新樹種)사업 발굴과 장기비전 수립 등을 담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이고 매출의 87%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시화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로서 올해 39세인 이 전무가 경영일선에 첫발을 디딘 시기는 다른 재벌의 사례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국내외의 유수한 대학에서 역사와 경영학을 공부한 뒤 33세부터 삼성전자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온 그는 '핏줄 상속'보다 '실력 상속'을 중시한 조부 이병철 회장과 부친 이 회장의 가르침을 잘 따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간의 구설수에 오르기쉬운 자리에 있었지만, 신중하고 절제된 처신과 언행으로 호감을 사며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온 것도 큰 힘이다.
그러나 이 전무는 쏟아지는 축하와 덕담에 기뻐할 겨를이 없다. 그는 한국 최고기업의 핵심임원으로서, 또 한국 최대그룹의 후계자로서, 부친이 던진 '5~10년 뒤에 삼성은 뭘 먹고 살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내놔야한다.
이를 위해선 그룹을 일구고 키워온 선대의 혜안과 열정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통찰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과 기회는 영광이기에 앞서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드러내는 엄혹한 시험무대라는 얘기다.
매출규모가 우리나라 GDP의 20%에 이르는 삼성의 운명은 싫든 좋든 국가의 운명과 직결된다. 특정그룹, 특정인물의 거취를 주목하는 이유도 그것이 결코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무에겐 후계구도와 관련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 등 짐도 적지않다. 그가 어떤 리더십으로 삼성의 새 질서를 만들고 사회에 새 기운을 불어넣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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