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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철 만들기 34년 '우리 시대의 모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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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철 만들기 34년 '우리 시대의 모팔모'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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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인기드라마 ‘주몽’에서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조연이 있다. 초강법(抄鋼法)이란 기술로 독자적인 강철검을 만들어내 주몽이 한나라와 부여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고구려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바로 대장장이 모팔모(이계인 분)다.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강부의 전상호(59ㆍ사진) 명장(名匠)은 이 곳에서 ‘모팔모’로 일컬어진다. 광양제철소 제강부는 고로(高爐ㆍ용광로)에서 막 나온 콸콸 끓는 1,500도의 선홍색 쇳물을 가져와 좌우로 뒤집을 수 있는 전로(轉爐)에 담은 뒤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을 만드는 곳. 온 몸을 휩싸는 뜨거운 바람과 눈부신 섬광, 굉음과 분진이 가득한 이 일터에서 그는 34년 동안 모팔모처럼 ‘더 강한 철’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철강제품의 질을 결정하는 제강부는 베테랑과 엘리트들이 모인 부서. 그는 1973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입사부터 줄곧 이 곳에서 뜨거운 쇳물을 숟가락 형태의 기구로 직접 떠 내는 일을 맡아 왔다.

그러나 그는 늘 더 나은 기술을 연구ㆍ시도했고, 결국 독창적인 탈산법(脫酸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쇳물에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선 원래 망간철-규소철-알루미늄 등을 순서대로 넣어야 하는데, 수백번의 실험 끝에 이 순서를 바꿔 우리만의 탈산법을 만든 것이다.

1,700도까지 올라가는 전로는 1,000번 정도 정련하면 700여톤의 전로 안 내화물이 완전 마모돼, 다시 축조해야 한다. 이는 일본 철강사의 5,000회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었다. 전씨는 내화물 침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내 이를 제거함으로써 내화물 수명을 4,000회 수준까지 올렸고, 이어 내화물 코팅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9,000여회까지 끄떡없게 했다. 일본의 20%에 불과했던 경쟁력이 일본의 2배 가까이 된 것이다. 전씨는 결국 95년 대통령표창과 함께 금속분야 명장으로 선정됐고, 2002년 신지식인 공모 최우수상에 이어 지난해엔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다.

드라마에서 모팔모는 수백번의 노력 끝에 쇳물에 황토와 조개를 섞어 쉽게 구부러지거나 깨지지 않는 강철검을 만드는 초강법을 개발한다. 전 명장에게 ‘철강인 모팔모’에 대해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그는 “황토는 지금도 이산화규소와 산화알루미늄, 산화칼슘 등이 많아 철의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최적의 천연재료라는 점에서 모팔모는 진정 천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이들의 3D기피현상을 해소하려면 기술자 우대풍조부터 다져야 한다”면서 “모팔모의 초강법이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구려를 건국하는 데에 기초가 된 것처럼 21세기 한층 치열해진 전세계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철강산업의 기반이 더 튼튼해져야 하고 모팔모 같은 명장도 많이 배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양=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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