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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상무 CCO 임명/ 이건희 회장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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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상무 CCO 임명/ 이건희 회장은 어땠나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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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비교에 다소 무리가 있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만 놓고 보면 이건희 회장은 조선 4대 임금인 세종과 비슷하다. 양녕대군, 효령대군 등 형이 둘이나 있던 충녕대군이 철저한 능력 검증을 거친 뒤 아버지 태종의 낙점을 받아 왕위에 오른 것처럼, 이 회장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삼성의 총수 자리에 올랐다.

태종이 당초 세종의 맏형인 양녕대군을 태자로 정하고 제왕학 수업을 시켰던 것처럼,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도 초기에는 장자세습을 염두에 두고, 일부 경영권 승계 작업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고 이 회장은 1960년대 후반의 검증 과정에서 장남과 차남이 삼성을 이끌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전략적 안목이 있으면서도 집중력이 높은 셋째 아들을 후계자로 간택했다.

결국 태종이 가장 똑똑한 셋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듯, 한학자 집안 출신의 고 이 회장이 ‘장자승계’라는 유교적 전통을 버리고, 실력본위를 가업 승계의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현재의 이 회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회장은 후계자로 간택된 뒤에도 길고도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42년생인 이 회장은 66년 중앙일보에 입사, 68년 중앙매스컴 이사에 올랐다. 후계자로 인정받아 그룹 부회장이 된 것은 78년이었고, 회장직에 오른 것은 87년이었다. 삼성 계열사에 입사해 부회장이 될 때까지 12년이 걸렸고, 이후 대권을 잡을 때까지도 9년이 걸렸다.

경영수업 기간 이 회장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주도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74년 국내 최초의 웨이퍼 가공업체인 한국반도체가 파산 위기에 놓이자 사재를 털어 인수했다. 이 회장은 이후 미국 전역을 돌며 한국의 반도체 전문가를 영입, 삼성 반도체의 신화의 밑거름을 낳았다.

고 이 회장은 후계자 수업을 시키는 동안 이 회장에게 경청의 미덕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룹부회장이 됐을 때 선친으로부터 붓글씨로 쓴 ‘경청(傾聽)’이라는 글귀를 받았다. 삼성 관계자는 “똑 같은 글귀가 이재용 전무 사무실에도 걸려 있다”고 밝혔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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