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 ‘봄날’이 이어지고 있다. 1월 평년 최고 기온이 1.6도인 서울만 해도 1일부터 18일까지 이 온도를 넘어선 날이 무려 13일이다. 한강도 얼지 않는 겨울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상 난동(暖冬)에 따른 포근한 날씨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강과 저수지의 얼음이 녹으면서 물에 빠지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강원 속초에선 오징어가 많이 잡혀 어한기(漁閑期)에 어민 수입을 올려 주고 있다.
곳곳에 안개ㆍ해빙사고
17일 오후 3시께 강원 영월군 후탄리 주천강에서 박모(66)씨 부부가 얼음 위를 걷다 얼음이 깨지면서 2m 깊이의 물에 빠졌다. 부인 엄모(69)씨는 근처에 있던 배를 붙잡고 버티다 구조됐지만 박씨는 익사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경기 고양시 도내동에서도 창릉천 다리 밑에서 놀던 초등학생 3명이 얇은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져 2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안개도 극성이다. 날씨가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짙은 안개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안개 때문에 항공기 결항 사태가 빚어졌던 17일에 이어 18일도 중부 지방 곳곳엔 여전히 안개가 드리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 기온이 올라 공기 중의 수증기량이 많아졌다가 다시 밤과 새벽이 지나면서 응결돼 안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1991년 1월 이후 16년 만에 한강이 얼어 붙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강이 얼어 붙으려면 1월 상순 영하 10도 이하 추위가 3, 4일은 지속돼야 하는데 올해엔 이런 날씨가 단 하루도 없었다.
수산물 출하ㆍ가격에 영향
동해안 어민들은 날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난류대가 형성되면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난류에서 사는 오징어는 겨울철엔 많이 잡히지 않는 어종이다. 그러나 속초항 등에 따르면 이 부근 연안을 중심으로 4, 5일 전부터 하루 평균 1만급(1급=20마리) 정도의 오징어가 잡히고 있다.
수산물 가격도 영향을 받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난류에서 잡히는 낙지 주꾸미 출하량이 늘어 서ㆍ남해안에서 잡히는 낙지는 30%, 주꾸미는 10%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대신 한류에서 잘 자라는 김과 미역 등은 수온 상승으로 예년보다 출하가 늦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왜 포근한가
기상청은 최근 날씨가 포근한 이유에 대해 “찬 대륙 고기압이 예년보다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적으로 1년 중 가장 추울 때는 1월 상순~중순인데, 상순에도 낮 최고 기온이 영상 4~10도(서울 기준)를 보이는 날이 6일이나 됐다.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의 대표적인 특징은 ‘3한4온’ 현상이다. 찬 대륙 고기압과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면서 일어난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날씨에 대해 “이런 패턴을 거의 따르지 않고 있다”며 지구온난화ㆍ엘니뇨 등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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