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18일 “유엔군사령부가 전시조직을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한국군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경우 미군은 한미연합사가 아닌 유엔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벨 사령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 초청 연설에서 “유엔사의 구조와 역할, 임무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시 작전권 전환은 유엔사의 부조화를 야기할 뿐 아니라 한미연합사 해체 시에는 비무장지대(DMZ) 및 다른 지역에 배치된 한국군 전투부대에 대한 즉시 접근이 불가능하다”며 유엔사의 전시조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벨 사령관은 지난해 미 상원 청문회에서 “유엔사를 실질적이고 항구적인 ‘다국적 연합군 기구’로 발전시키겠다”고 보고하는 등 유엔사 확대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유엔사를 전시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벨 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은 모든 유엔 전력에 대한 작전권을 보유해야 하며 지금처럼 국가급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와 유엔사 회원국이 이른 시일내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벨 사령관은 “유엔사는 미래 (한반도) 유사시 병력을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일본 내 기지접근이 중요하다”고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7개 유엔사 후방기지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유엔 후방 기지를 사용하지 못하면 한국이 필요로 하는 다국적군의 한반도 전개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이 유엔사를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벨 사령관은 유엔사가 관리하고 있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정전협정을 감독하는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역할 강화도 주장했다. 그는 “중감위와 정전위는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중요한 요소”라며 “새로운 한미지휘구조가 발전함에 따라 중감위 및 정전위의 역할에 대한 토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 작전권 전환에 대해서는 “작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이양을 요청했기 때문에 분석을 거쳐 3년 이후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며 조기전환 의지를 재확인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협상 결과 한국이 41%만 분담하기로 합의돼 사실상 3%(1,000억원)가 부족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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