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판매 대리점들이 현대차에서 주문하는 과도한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의 이름으로 미리 차를 출고해 실적을 부풀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밀어내기식 선(先) 출고 관행으로 소비자는 출고 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차량을 구입하는 피해를 입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현대차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대리점들에게 부당거래를 강요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시정조치와 함께 2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중에선 2005년 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부과된 33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현대차는 매년 국내 판매목표를 결정하고 각 지역본부를 통해 관할 내 직영점과 대리점에 이를 할당했다. 그러나 판매목표가 과도해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88.7%, 82.2%의 대리점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정기적으로 실적을 평가해 부진한 대리점에는 경고장 발송과 자구계획서 요구, 재계약 거부 등의 제재를 해왔다. 2003년 이후 실적부진을 이유로 대리점에 발송된 경고장은 확인된 것만 143건이었고 폐쇄된 대리점도 7곳이나 됐다.
이 때문에 대리점들은 매월 말 실적 평가가 있기 직전 다른 사람 명의로 미리 차를 출고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소비자에게 파는 고육책을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해 목표 마감 2일전까지 1,000대 전후였던 판매량이 마감 하루 전에는 1,350여대, 마감일에는 2,150여대로 급증했다.
현대차는 대리점이 전시장이나 사무실 등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때 해당 지역의 직영점 직원들로 구성된 지역노조와 협의하도록 노사협약을 맺어 대리점 이전을 막기도 했다.
대리점이 직원을 채용할 때에도 지역노조와 협의하도록 해 승인(등록) 받지 않은 직원들이 차량을 판매한 경우 경고나 지원금 삭감, 재계약 거부 등의 제재를 해왔다.
한편 공정위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해 독과점 지위를 갖게 된 이후 국내 중소형 자동차 값이 급등하는 등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외제차와 경쟁이 드물고 국내에서도 거의 독보적인 공급량을 가지고 있는 현대차의 중소형 차량 값은 1997년 이후 20~60% 뛰었다. 베르나는 60%가량 상승했으며, 쏘나타와 아반떼도 40%, 20% 가량 급등했다.
반면 외제 차량과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는 대형차는 오히려 값이 떨어져 그랜저는 97년보다 5% 가량 하락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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