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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토니 모리슨이 비틀어 쓴 이솝우화 '누가 승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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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토니 모리슨이 비틀어 쓴 이솝우화 '누가 승자일까요?'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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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앞에 선 베짱이 "난 예술가라고"토니 모리슨 등 글ㆍ파스칼 프메이트르 그림ㆍ이상희 옮김 / 작은 거름 발행ㆍ각권 40쪽ㆍ각권 8,500원

비틀어 생각하기. 삐딱하게 보기. 창의적으로 사고하기.

‘남들과 다르게’가 구호처럼 우리를 압박하는 시대, 고전을 비트는 리라이팅(rewriting) 패러디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 엄연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이 아들 슬레이드와 함께 이솝우화를 다시 쓴 이 3권짜리 시리즈도 그 중 하나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 는 베짱이의 춤과 노래를 예술이라는 노동으로 재인식케하는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여름내 음악으로 개미의 갈증을 달래줬던 베짱이는 “난 예술가야. 넌 내 음악을 좋아했으니까 나도 존중해줘야 돼!”라며 당당하게 겨울의 양식을 요구하고, 베짱이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개미는 꿈도 인정도 없는 생활의 속물로 묘사된다.

<사자와 생쥐 이야기> 는 세상 최고의 권력자인 사자가 작고 보잘 것 없는 생쥐의 도움으로 발에 박힌 가시를 뽑는 이솝우화를 권력에 대한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제로 가차없이 비튼다. 사자를 구해줬으니 자기가 사자보다 더 힘이 세다고 착각하게 된 생쥐와 생쥐의 욕심을 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된 사자의 모습이 강자와 약자의 관계, 욕심과 자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뱀을 구해주고도 그 뱀에게 물려 죽는 농부를 통해 ‘자기 자신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도 구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는 <농부와 뱀 이야기> 도 뱀을 구해주되 그의 배신에도 철저하게 대비하는 농부의 이야기로 패러디되면서 약속과 배신, 은혜와 복수를 재정의하도록 유도한다.

만화 형태로 꾸며진 이 책은 일러스트가 난삽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이들에게는 쉽고 친숙하게 읽힌다. 앞으로 3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토니 모리슨은 자녀들을 키우며 “아이들이 읽는 책은 그들이 커서 어른이 될 때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동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런 비틀어 보기가 하나의 고정된 틀이 돼버린 것도 사실. 책을 읽히며 이제 하나의 경향으로 굳어진 모리슨의 이 삐딱한 시선을 다시 한 번 삐딱하게 비틀도록 유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뺨치는 또 다른 전복이 이뤄질지 누가 알겠는가. 아이들인데!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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