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형편없이 낮은 국민 지지를 받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 데는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언론, 특히 보수 신문과의 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렵겠지만 대통령이 어떻게든 보수 신문들을 껴안고 갔으면 사정이 지금처럼 궁핍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 언론 개혁도 관계 형성도 실패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시장지배적인 보수 신문들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특정 보수정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든 것과 같이 불공정 편파 보도를 통해 스스로 정치권력이 된 집단으로, 참여정부의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보수 신문에 대한 언론 개혁을 제대로 했으면 참여정부는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일정한 국민의 지지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참여정부 4년의 언론정책의 결과는 언론 개혁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통령과 보수 신문의 관계만 더욱 악화되어 국정 운영과 주요한 정책 집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조ㆍ중ㆍ동'으로 불리는 보수 신문들은 임기 초반부터 내내 부당하고, 때로는 악의적이다 싶을 정도로 대통령을 공격했고, 대통령은 분노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보수 신문의 끊임없는 공격도 상당부분 작용을 하여 대통령 지지도는 하락일로에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진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대통령과 보수 신문의 적대관계의 덫에 걸려 무력화되고 때로는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언론정책은 '나쁜 언론'에 대한 개혁, 그리고 '나쁜 언론'이지만 필요에 따른 '좋은 관계' 형성 두 가지 모두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언론 정책의 슬로건으로 제시한 정부와 언론의 '건전한 긴장관계'는 사실상 '악의적 적대관계'로 빠져들었다.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상당부분 정치권력화한 일부 보수 신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해당 신문들은 대통령을 보도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하고 비방했으며 때로는 사실을 악의적으로 뒤틀고 침소봉대하면서 정부 정책의 신뢰에 생채기를 냈다.
하지만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 악화의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더욱 무겁게 떨어진다. 언론은 공정 보도의 책무를 지지만 대통령에게는 언론과의 관계를 포함한 리더십의 책무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을 비판하고 개혁을 요구했지만 언론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부족했고 따라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사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행한 언론, 특히 보수 언론에 대한 분석과 비판은 상당부분 예리하고 옳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론 비판과 비평은 언론 개혁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언론의 오해와 반발만 샀다. 대통령의 언론 비평가적 발언은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행사가 아니라 언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 리더십 책무 가진 대통령이 풀어야
지금 대통령과 보수 신문은 서로 "구제 불능"이라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4년간 무차별적인 상호공격이 서로를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상대방을 비판할수록 서로가 '나쁜 언론' '나쁜 대통령'으로 전락하는 공멸의 함정 속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 말 1년. 상황과 조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악연으로 시작한 노 대통령과 보수 신문의 관계는 이제 끝내 불편한 관계로 마무리하고 말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 그들은 진정 서로가 구제불능의 나쁜 언론, 나쁜 대통령이었던가.
물론 무능하고 나쁜 측면이 있었겠지만 서로가 조금은 너그럽게 봐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임기 말 아까운 시간, 대통령과 언론은 비판을 거두고 상호 대화와 이해의 노력에 나섰으면 한다. 그리고 대화의 물꼬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먼저 터야 한다.
최영재ㆍ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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