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는 창립 2주년인 5일 기념식을 갖지 않았다. 대외적 존재과시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이철 사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정치인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이 사장은 취임 1년 반 동안 인사ㆍ조직개편을 통해 철도공사에 기업문화를 불어 넣는 데 전력을 다해 왔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낡고 변화에 둔감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거대조직을 바꾸는 것은 고목나무를 옮기는 것과 같다”며 “이제 투자와 효율성을 따지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직원 모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_공사창립 2주년에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됐는데.
“참 숨가쁘게 달려온 나날이었다. 국내 어떤 기업보다 빠른 변화를 했다고 자부한다. 미리 조직을 갖추고 공사로 전환한 것이 아닌 데다 유전게이트 등으로 직원들이 의욕과 희망을 잃고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던 상태에서 부임해 상당히 힘들었다.”
_지난해 취임 1주년을 맞아 월급을 1원만 받겠다고 선언했던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면 정부와 국회, 직원들에 대한 방어선이었다. 정부는 정책지원이나 예산배정은 소홀하면서 간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방어 차원이었다. 또 낙하산인사, 보은인사 논란에 대해 직원들에게도 직위나 보수에 연연해 적당히 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_철도공사가 만성적인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1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소할 방안은.
“부채와 경영적자는 철도공사 책임이 아니다. 공사 운영잘못으로 생긴 게 아니라 한국고속철도(KTX)를 건설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외국은 민영화하면서 정부가 부채를 인수하고 지원도 해주는데 우리는 부채를 떠 넘기고 연간 5,500억원의 선로사용료까지 받는다. 노약자 할인 등에 대한 정부 보전도 절반밖에 안 해준다. 철도를 너무 홀대하는 것 같다.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부채해소에 나서겠다.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최대 10조원의 수익이 예상돼 부채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_KTX 여승무원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중재를 통한 해결방안도 나오고 있는데.
“승무원들의 처지나 입장은 안타깝지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KTX 여승무원 문제는 노동부로부터 철도공사의 조치가 옳았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승무원들에게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했다. 사법부의 판결이 나오면 그대로 따르면 된다. 하지만 승무원들이 이를 거부해 진척이 안되고 있다. 그래서 양 측이 함께 조정기구를 만들어 해결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_노동부 장관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공사가 무슨 조치를 취하려 해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시행하면 되는데 무조건 철도공사가 항복하라고 하는 식이니 답답하다.”
_정치권에서 열차 페리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야당 후보가 내놓아 맞장구 치기가 어려운데 사실 열차 페리는 남북철도 연결이 지연되면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철도공사가 추진해 오던 것이다. 경제성면에서 남북철도연결보다 떨어지기는 하지만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적극 추진돼야 한다.”
_임기를 마치면 정치권으로 돌아갈 것인가.
“임기를 마치면 일정한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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