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게 될 이재용 전무가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입사, 2003년 상무로 승진했다. 소속은 삼성전자 업무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획 파트였다. 물론 삼성전자 뿐 아니라 모든 계열사 업무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다.
이 전무가 주로 관심을 둔 쪽은 해외 사업쪽. 삼성전자 상무 입사이후 2001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을 비롯해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지의 26개 해외 생산법인, 35개 판매법인, 11개 연구소 등을 모두 둘러봤다고 한다.
그는 또 삼성그룹의 신사업을 모색하는 미래기술연구회 멤버로 활약하며 신기술과 정보통신 분야에 주력했다. 특히 최근엔 소니와 합작회사인 S-LCD 등기이사로 활동했으며, 이 회사를 지난해 흑자로 전환시켜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다.
삼성은 최근까지 그를 외부 노출에서 철저하게 차단해왔다. 하지만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07’에 참석, 공식기자회견에 첫 ‘데뷔’를 했으며 외빈과 외국 바이어를 직접 챙기는 등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을 직접 안내해 삼성전자 제품들을 유창한 영어로 소개했으며 미국 대형 가전 양판점인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관계자들과 비즈니스 미팅도 가졌다. 그리고 지난 17일 삼성전자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한데 이어 이번엔 CCO까지 맡는 등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경영권 승계과정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삼성전자 입사전이었던 1990년대말 벤처붐을 타고 그룹내 인터넷 벤처관련 회사들을 모아 ‘e-삼성’을 출범시켰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이 상처가 오히려 신중한 경영인으로 성장하는데 ‘약’이 됐다는게 그룹안팎의 평가다.
이 전무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와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영학석사,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골프 승마도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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