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존 주택을 1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받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안에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이들 2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일시에 대거 내놓을 경우 부동산시장이 매물폭탄을 맞고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내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처분 조건부 대출'이 5만여건(건당 1억원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말 검사 당시 은행권의 처분 조건부 대출은 모두 5만2,000여건으로 이중 3,000여건이 상환됐고 4만 9,000여건이 기한이 되지 않아 상환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까지 합쳐 5만여건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내로 갚아야 하는 대출 건수가 우리은행의 경우 1만 5,000여건에 이르고 국민은행도 1만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분 조건부 대출은 2005년 6ㆍ30 대책에 따라 신규 대출 건수가 1인 1건으로 제한됐지만, 기존 주택을 1년 내 처분한다는 조건에서는 2건 대출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조건으로 빌려간 대출금이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처분 시기가 도래했는데,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3월부터 급증했기 때문에 올 들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는 1ㆍ11 부동산 대책과는 별도로 올해부터 본격 회수되는 물량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메가톤급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1ㆍ11 부동산 대책은 2005년 6ㆍ30 조치 이전에 이미 2건 이상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규제로 이들의 만기가 도래하면 1건으로 축소시켜나간다는 내용이다. 1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1ㆍ11 조치에 따른 물량은 내년부터 본격 상환될 예정이다.
반면, '처분 조건부 대출'의 경우 지난해 3~5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로 상환돼야 하는 수도 줄잡아 2~3만건에 이를 것으로 보여 당장 부동산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처분 기한이 도래했는데도 이를 갚지 않으면 연체 이자가 기간에 따라 14~21%까지 붙는 등의 제재조치가 취해진다. 대출자가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수 있으나 대출 건당 평균 액수가 1억원 가량에 달해 상당수가 집을 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수만 채 이상이 매물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박화재 부부장은 "우리 은행의 경우 1만 5,000여건 중 그동안 기한이 도래하는 것은 300~400건 정도였으나 이 달부터 처분 기한이 본격화한다"며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이들 물량이 대거 나올 경우 부동산 가격 급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대표는 "5만건 중 2만건만 매물화돼도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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