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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가 얼었다/ 수익률 뚝… 투자없이 촬영중단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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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가 얼었다/ 수익률 뚝… 투자없이 촬영중단 속출

입력
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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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밴드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의 풋풋한 사랑을 담은 <도레미파솔라시도> 가 지난해 10월말이후 촬영이 중단됐다. 전체 분량의 90%나 촬영을 끝내고 제작현장이 올스톱 된 것. 제작사의 극심한 자금난이 문제였다. 영화계에서는 “지난해 초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후반작업과 마케팅 비용을 감안하면 촬영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먹이 운다> <야수와 미녀> <사생결단> 에 잇따라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영화배우 류승범은 지난해 말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최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영원한 남편> 의 크랭크인이 투자 문제로 자꾸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시나리오를 골라 찍었는데 요즘은 하겠다고 결정해도 촬영이 안 된다”고 말했다.

충무로에 투자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돈줄이 마르면서 배우 캐스팅만 되고 촬영에 들어가지 못한 영화들이 줄을 잇고, 기획 단계에서 ‘엎어지는’ 영화들도 점점 늘고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외에도 몇몇 작품이 투자를 받지 못해 촬영이 중단됐다는 흉흉한 소문도 곳곳에서 떠돈다. 110편이 제작되고 108편이 개봉해 “이런 호시절 감독으로 입봉(데뷔) 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떠돌았던 지난해 충무로 풍경과는 딴판이다. 한 영화인은 “대형 투자사들이 신규로 투자하겠다, 마케팅 지원하겠다고 나서지를 않는다”며 “지금 충무로는 ‘동토의 왕국’”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최근 투자 위축의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으로 영화계 호황이 지나쳤다는 것. 2004년부터 분 영화사 상장 붐을 타고 달궈진 제작 과열이 투자 급랭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8일 발표한 <2006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충무로 평균 제작비는 40억2,000만원이다. 130만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 액수다. 지난해 개봉작 108편 중 130만명 이상이 본 영화는 불과 22편. 산술적으로 지난해 80% 이상의 한국영화가 적자를 본 셈이다. 흑자 영화가 30~35%에 달했던 2004, 2005년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익률 악화다.

수익률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은 과당경쟁이다. 개봉 편수가 늘면서 한국영화간 출혈 경쟁이 치열해졌다. 2005년에는 한국영화 2편이 같은 주에 맞대결 하던 게 화제가 됐다면, 2006년엔 한 영화사의 두 작품이 동시 개봉한 것이 눈길을 끌 정도로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차고 넘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공비행을 거듭하던 수출도 지난해 68%나 추락했다. 일본의 수입 감소율이 82.8%에 달한 점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은 한국영화 수출의 80%를 차지했던 큰손. 국내시장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든든한 안전판마저 제거된 것이다.

수익률 하락과 수출 감소에 따른 투자위축 분위기는 대형 투자배급사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김태성 쇼박스 부장은 “회사 규모가 있어 기본 투자는 할 것”이라면서도 “투자 결정 기준이 높아졌다. 작품 질이 80점 정도로 예상되면 투자했는데 이젠 90점은 돼야 투자한다”고 말했다. 중급 투자배급사도 마찬가지다. 프라임엔터테임먼트의 박인앙 팀장은 “투자 문턱이 상당히 높아졌다. 확실치 않은 작품이면 상반기는 (투자 않고) 그냥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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