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59)이 20일 2008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 미 대선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선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히면서 “나는 승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지 W 부시 정권의 지난 6년간 실정을 언급한 뒤 “이제는 미국의 약속을 새롭게 할 때”라며 “새로운 대통령만이 부시의 실책을 회복하고 우리의 희망과 낙천주의를 복원할 수 있다”고 정권교체의 실현을 다짐했다.
힐러리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16일~19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예비주자 가운데 41%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이미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흑인 상원의원 배럭 오바마의 지지율 17%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현재로선 2008년 대선에서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충분하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힐러리-오바마 의원간 흑백 대결로 압축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경선에는 2004년 대선 때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이미 출마를 밝혔고, 히스패닉계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도 곧 대선도전을 선언할 예정이다.
앞서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에 맞설 공화당의 예비 주자로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34%의 지지로 선두에 나섰으며,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7%의 지지를 얻어 양강 구도를 구축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의원은 1993년부터 8년간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내조 이상의 적극적인 정치ㆍ사회 활동을 경험한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또 그는 백악관을 나온 뒤 바로 상원의원에 도전해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도 압도적으로 재선됐다. 유능한 변호사 출신인 그에게 ‘르윈스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기를 회복한 남편 클린턴이 큰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자금 모금력도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뿐만 아니라 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가 않다.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포함, 너무 신중하고 계산적이며 자신의 정치적 출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여성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상당하다. 또 줄리아니 전 시장이나 매케인 의원 등 공화당 맞수와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 다는 점에서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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