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 주자간 공방이 심상치 않다. 검증론을 놓고 가벼운 원투펀치를 주고 받던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이제 날선 발언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수위가 오르면서 자칫 감정 섞인 이전투구식 공방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는 박 전 대표가 공격을 퍼붓고 이 전 시장이 수비하는 양태였다. 이 전 시장은 “소이부답(笑而不答)” “당이 화합하고 단결해야 한다”며 맞대응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전 시장 측근들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지지율이 한계를 보이자 본색이 드러났다”는 등의 견제만 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도 20일 대전을 찾아 박 전 대표의 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대전발전정책포럼’ 창립대회 초청특강에 참석한 이 전 시장은 “나 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고3을 4명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이 전 시장측은 “이론보다는 경험이 중요한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예를 든 것”이라고 해명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의 발언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21일 “이 전 시장 말대로라면 군대 안간 사람이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검증론 공세를 적극적으로 펴온 박 전 대표도 20일 대구를 찾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지도자는 경제전문가가 아닌 경제지도자”라며 이 전 시장을 거듭 겨냥했다. 그는 ‘새물결 희망연대 창립대회’인사말을 통해 “레이건 대통령, 대처 총리가 경제전문가라서 미국 경제, 영국 경제를 살린 게 아니다”며 “국가지도자는 확고한 경제철학을 바탕으로 유능한 경제전문가를 널리 구하고 등용, 훌륭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검증공세’도 연일 이어가고 있다. 박 전대표는 “김대업 같은 사람 10명이 나오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당선될 사람을 후보로 내야 한다”, “예방주사나 백신을 맞는 기분으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거를 것은 걸러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연일 쏟아내며 이 전시장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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