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인수 의사를 표시한지 꼭 7일 만에 전격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농협은 19일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 준비 시간이 촉박해 국민과 농촌 관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 농업계가 분열 상황에 직면했다’는 이유를 들어 공식적으로 포기를 발표했다.
농협의 이봉훈 대외협력국장은 “지난 12일 고위층의 지시로 야구단 인수 검토를 시작했다. 스포츠마케팅을 활용해 농산물 애용을 촉진하고 농촌 현실을 돕고자 하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여론으로는 농업계 전체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최종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찌 됐든 이번 사태는 희대의 해프닝으로 남게 됐다.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농협과 KBO를 비난하는 분노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KBO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복기씨는 “농협은 야구랑 하등 상관없는 농민을 위한 거니 야구팬인 저는 농협관련 상품도 똑같이 취급하겠다”고 했고, 김희곤씨는 “농협은 야구팬을 우롱하고 자신들의 홍보 효과만 노렸다”고 주장하며 농협상품 불매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아울러 농협은 책임 회피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국장은 “인수 시간이 촉박했던 데다 언론에 먼저 노출되는 바람에 어려워졌다”고 말해 현대 인수 불발을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농협은 이날 ‘인수 보류’를 예고했으면서도 갑자기 “경영진과 의논을 거쳐 곧 최종 결론을 발표하겠다”고 한 뒤 불과 10분 만에 ‘보류’에서 ‘포기’로 바꿔 발표하는 등 프로야구 존립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국장은 “한ㆍ미 FTA 문제가 해결되고 농업계가 안정을 찾을 때 다시 야구단 인수를 추진하겠다. 농민들과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국민들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한편 농협과 협상에 나섰던 현대야구단의 최대주주인 하이닉스 반도체는 13억원에 불과한 현대 구단 직원들의 퇴직금을 농협에 떠넘기기 위해 양해각서(MOU) 교환을 늦췄다는 점에서 이번 파국의 ‘공범’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야구단이 공중분해되면 단 한푼도 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한 것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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