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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맛의 겨울… 바다 별미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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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맛의 겨울… 바다 별미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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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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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일에 치여 끼니를 거르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지나가던 동료들이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여행도 그렇다. 멋진 풍광에 감탄하고, 고독을 씹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여정. 휘발유를 태워야 자동차가 달리듯 여행도 제대로 먹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법이다. 실제 찬바람 맞고 기껏 돌아다녔지만 나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가 되기 일쑤다. 지금 제철 제 땅에서 난 음식을 좇는 식도락 여행을 꿈꾼다면 바다로 갈 일이다.

한겨울 찬바람에 얼어붙은 땅은 모처럼 긴 휴식의 시간을 얻었다. 뭍은 잠시 쉬고 있지만 바다는 사철 살아 꿈틀댄다. 차가워진 겨울바다, 더욱 찰지게 쳐대는 파도. 열대의 물고기보다 찬 바다의 물고기가 훨씬 쫀득거리고 맛있는 것은 매섭고 찬 파도의 두들김에 끊임없이 단련됐기 때문일 것이다.

뭍의 못다한 생명력까지 모두 떠맡은 듯 겨울바다의 산물은 더욱 실해진다. 보성 벌교의 차진 갯벌에서는 알찬 참꼬막이 수없이 건져 올려지고, 통영의 청청 해역에서는 ‘바다의 강장제’ 굴이 꾸러미째 익어간다.

포항의 해안가 늘어진 줄마다 널려진 오징어와 과메기는 매서운 겨울 해풍에 꾸덕꾸덕 마르고 있고, 울진과 영덕의 심해에서는 바다의 진객 ‘대게’가 부드러운 속살을 꼭꼭 채워가고 있다. 호수 같은 바다 서해의 천수만에는 ‘조개의 명품’ 새조개가 절묘한 맛을 뿜어내고, 천북의 굴구이 단지에서는 ‘펑, 펑’ 굴껍질 터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겨울 떠나는 겨울바다는 거센 파도에 마음을 비우는 여행이고, 그 비워진 곳에 싱싱한 바다 별미로 기쁨과 활력을 채워오는 여행이다.

홍성ㆍ보성ㆍ통영ㆍ울진=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남해의 진미 '벌교 꼬막'

보성의 봄이 녹차밭의 연초록으로 번져온다면, 보성의 겨울은 벌교 갯벌의 참꼬막 맛으로 다가온다.

벌교 앞바다 여자만 갯벌은 찬바람이 불면 분주해진다. 이젠 소설 <태백산맥> 보다 더 유명해진 벌교 꼬막이 제철을 맞았기 때문이다. <태백산맥> 에서 ‘간간하고 졸깃졸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도 제격’이라고 표현된 참꼬막이다. 씹을 때 어금니에 닿는 질감 중 꼬막 만큼 매력적인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 꼬막 맛의 절정이 바로 지금이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세가지로 나뉜다. ‘똥꼬막’이란 값싼 이름으로도 불리는 새꼬막은 양식되는 것으로 껍질의 색이 엷고 골도 좁고, 솜털이 달려있다. 피조개와 닮은 피꼬막은 속 살에 핏빛이 돌고 크기가 주먹만해 주로 회로 먹는다. 참꼬막은 새꼬막에 비해 알이 굵고 주름도 깊고, 솜털이 나있지 않다. 참꼬막은 양식이 되지 않는다. 새꼬막은 뻘에 종표를 뿌려 배로 긁어 올려 잡는 반면, 참꼬막은 일일이 주민들이 갯벌로 뻘배를 타고 나가 손으로 캐내 건져올린다.

참꼬막이 많이 나는 곳은 벌교읍 대포리와 장암리 앞 여자만 갯벌. 머리에 수건을 쓴 아낙들이 물이 빠진 뻘로 뻘배를 타고 나가 참꼬막을 채취한다. 아낙들은 ‘뻘차’라고도 불리는 ‘뻘배(길이 2m, 폭 45cm)’에 한쪽 무릎을 얹고 다른 발로 뻘을 밀어내며 이동한다. 이때 양 팔을 뻗어 개흙 속에서 참꼬막을 건져 올린다.

꼬막을 삶는 데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벌교읍사무소 앞 꼬막정식으로 유명한 ‘고려회관’의 조미자씨는 “팔팔 끓는 물에 찬물을 조금 부어 90도 내외로 온도를 낮추고는, 씻어놓은 꼬막을 넣고 주걱으로 한 방향으로 4~6번 돌려주며 데쳐내야 꼬막이 제 맛을 낸다”고 했다. 그는 “너무 익으면 입이 벌어져 꼬막 맛이 빠져나가는 데다 속살 맛도 질겨지고, 한 방향으로 돌려야 나중 껍질을 벗길 때 조갯살이 양쪽 껍질에 붙어 살이 찢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삶은 참꼬막은 입을 꼭 다물고 있어 쉽게 껍질 까는 방법을 모르면 괜히 손톱만 상하다 마음까지 상하게 된다. 꼬막의 뒷부분 껍데기가 맞물리는 부분에 젓가락 하나를 끼워, 살짝 비틀어 주면 껍데기가 쉽게 벌어진다. 이때 힘 조절이 중요하다. 너무 세게 힘이 들어가면 조개 껍질만 부숴진다.

벌교읍에는 고려회관 등 꼬막정식을 내놓는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고려회관은 푸짐한 여러 반찬들과 함께 삶은 참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이 나오는 꼬막정식을 1인분 1만원씩에 내놓는다. (061)858-2959

소설 <태백산맥> 의 주무대인 벌교는 고흥의 길목으로 한때는 보성읍보다 상권이 컸던 곳이다. 우회로 등 새 길이 뚫리면서 교통 요충지의 기능을 상실했고 읍내는 소설의 배경이 됐던 시점보다 마을 규모나 인구가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고 한다. 개발의 바람이 비켜간 덕분에 소설에 등장하던 집이나 건물, 장소가 옛모습과 큰 변화 없이 남아있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의 현부잣집. 한식과 일식이 혼합된 솟을대문이 우뚝 솟았다. 읍내를 가로지르는 강 위에는 염상구가 주먹대결을 벌이던 철다리, 수많은 양민들이 부역이란 죗값으로 억울하게 처형된 소화다리, 선암사 앞 홍교와 느낌이 비슷한 홍교가 놓여져 있다. 벌교읍사무소 (061)850-5602

벌교(보성)=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남해의 진미 '통영 굴'/ 낙조 바라보며 싱싱한 굴 한점 음~

동백 꽃 붉게 물들기 시작한 통영은 지금 굴 수확으로 흥청거린다.

통영 앞바다는 천혜의 어장이다.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에워싸 물은 언제나 잔잔하고, 오염원 없는 육지와 섬에서 흘러 나오는 영양소가 바닷물을 기름지게 한다. 굴은 보통 10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채취된다. 꼬막처럼 한겨울 가장 매섭게 추울 때가 최고로 맛있다.

통영시 굴수협공판장은 요즘 어민들이 싣고 온 굴 상자로 항상 가득 메워진다. "사만 오십오~." 경매사의 저음의 중얼거림 속 번호가 달린 모자를 눌러 쓴 중매인들은 외투 한쪽을 들추고는 손가락으로 연신 암호를 흔들어댄다. 건 당 경매가 체결되는 데는 10초가 걸리지 않는다. 합창단원들 마냥 계단으로 된 단상에 올라선 중매인들은 건너편 지휘자 석의 경매사의 시선을 붙드느라 여념이 없다.

굴은 수하식으로 양식된다. 물 속에 길게 늘어뜨린 줄에 굴 포자를 붙여 키우는 방식이다.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자연산 굴은 바닷물에 잠겼다, 나왔다 반복하며 크지만 양식 굴은 물속에 그대로 잠긴 채 성숙한다. 양식이라고 하지만 다른 어류와 달리 사료 등을 먹고 크는 게 아니라 바닷물에서 천연 양분만을 빨아들인다.

시저와 카사노바,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었다는 굴. 굴은 변비를 막아주고 혈색과 피부를 좋아지게 한다. 어린이 발육을 돕고, 특히 아연 성분은 남성의 성호르몬을 활성화는 효과가 크다.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고 했다.

통영 시내에는 '굴향토집(055-645-4808)' 등 굴밥을 파는 식당이 많다. 통영까지의 먼 길 가기가 힘들다면 전화택배를 이용해 싱싱한 생굴을 즐길 수 있다. 통영유람선터미널 입구에서 생굴을 직판하는 대양수산(055-644-4980, 011-864-2017)은 생굴 1kg당 6,000원씩에 택배 판매한다(5kg 이상은 택배비 무료). 구이용으로 껍질째 있는 석화는 10kg에 1만5,000원.

통영의 최고 드라이브 코스는 산양일주도로. 미륵도 남단 1021번 지방도로를 말한다. 이 길가에 있는 달아공원이나 통영수산과학관은 최고의 낙조 포인트다. 점점이 바다 위에 뜬 섬들 너머로 태양이 지며 동백꽃만큼 붉은 빛을 퍼뜨린다.

통영에 들렀으면 통영의 또다른 별미, 충무김밥을 놓칠 수 없다. 먼 뱃길 김밥이 쉬지 않도록 밥 따로 반찬 따로 싸서 팔던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여객터미널 인근에 김밥집이 몰려있다.

■ '동해의 진미' 대게·과메기·곰칫국

동해안도 알찬 수확으로 풍성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경북 울진과 영덕의 앞바다에는 대게가 풍년이고, 포항 구룡포에는 인기 급상승한 과메기가 바닷가를 온통 점령한 채 해풍을 맞으며 꾸덕꾸덕 마르고 있다.

울진 대게

올해는 대게가 유난히 많이 잡힌다. 울진의 죽변항 수협공판장은 이른 새벽부터 오후 늦도록 대게 입찰로 북적거린다. 대게가 너무 많아 대게를 풀어놓을 공판장 바닥이 부족할 정도다.

대게는 크다(大)해서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로 죽해(竹蟹)라고도 부른다. 대게를 잡는 철은 11월에서 이듬해 5월말까지다. 지금부터 대게의 속살이 꽉꽉 들어차기 시작한다. 조업기간이라도 암컷은 잡지 못한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게는 모두 수컷이다. 또 몸통 지름이 9cm 이하 어린 대게는 잡을 수 없다.

울진의 대게가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은 죽변항. 싱싱한 대게를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대게를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찜. ‘완벽한 맛’의 대게에 다른 양념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산채로 그냥 쪘다가는 대게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다리가 다 부러지고 만다. 미지근한 민물에 담가 숨을 죽이고, 찜통에 배를 하늘로 향해 포개놓고 15분 가량 찐다. 배가 밑으로 향하면 뱃속의 진액이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찐 다음에는 뚜껑을 열지 않은 채 5분가량 뜸을 들여야 한다. 일찍 뚜껑을 열면 내장이 다리쪽으로 흘러내린다.

울진대게도 집에서 주문할 수 있다. 울진읍의 해송상사(054-781-0880, 011-9365-7575) 등이 전화 주문을 통해 냉동 포장한 대게를 보내준다. 요즘 대게의 시세는 지름 9cm 가량이 마리 당 6,000원, 11~12cm가 1만5,000원 선이다. 그보다 큰 대게도 잡히지만 큰 것들은 아직 살이 덜 찼다.

죽변항을 내려다 보는 죽변등대에는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이 있다. 등대와 세트장을 밑그림 삼아 바라보는 일출이 매혹적이다. 울진읍 왕피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관동팔경중 하나인 망양정이 있고, 인근에 성류굴이 있다.

포항 과메기

대게는 예전부터 대접 받던 음식이었지만, 천덕꾸러기였다가 대게 만큼 신분이 급상승한 어류가 있다. 꽁치가 주인공이다. 하도 많이 잡혀 ‘돈 주고는 안 사먹는다’던 꽁치가 과메기의 인기를 타고 몸값이 올랐다.

과메기의 원 재료는 청어였다. 포항 구룡포 사람들이 한겨울 청어를 새끼에 꿴 후 부엌의 살창에 걸어 말리던 것이 과메기다. 바닷물이 따뜻해졌는지 흔하던 청어가 10여년 전부터 잡히지 않아 그 자리를 꽁치가 대신하고 있다. 꽁치의 기름기가 불포화지방산이어서 성인병에 좋다는 소문을 타고 과메기 수요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미역과 김, 쪽파, 마늘, 초고추장과 함께 싸서 먹으면 저절로 소주를 부른다는 최고의 안주거리다.

호미곶에서 구룡포까지 이어지는 12km의 해안도로에는 과메기 덕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과메기가 지천인 구룡포를 구경했으면 포항 시내로 들어가 포항의 명물 죽도시장을 둘러보자. 죽도시장은 서울의 남대문과 동대문시장, 대구 서문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큰 규모의 재래시장이다. 죽도시장에 왔으면 포항의 명물인 물회 한사발을 들이켜야 후회하지 않는다. 옛날 어부들이 고기를 잡다가 각종 생선을 대충 썰어 물에 말아 간단한 양념을 곁들여 후룩후룩 들이켜던 데서 비롯했다는 음식이다. 시원하고 매콤해 속풀이용으로 제격이다. 주로 도다리, 광어가 많이 쓰이고 회에 야채나 배, 쪽파, 마늘, 생강 등을 썰어 놓고 고추장을 듬뿍 떠넣어 비빈 뒤 냉수를 부어 말아먹는 방식이다. 물회에는 보통 매운탕이 딸려 나온다. 1인분에 1만원 선.

삼척 곰칫국

포항의 해장음식이 물회라면 강원 삼척은 곰칫국이다. 삼척에선 곰치, 강릉 속초에선 물곰, 부산 등 남해안에선 물메기라고 불리는 물고기가 있다. 피부가 흐물흐물하고 모양이 징그러울 정도로 못생긴 물고기다. 겉은 못났지만 이 물고기로 끓인 국은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정약전 선생도 <자산어보> 에 ‘고깃살이 매우 연하고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 병을 고친다’고 적고 있다.

삼척 곰칫국의 명소는 정라진항. ‘바다횟집(033-574-3543)’이 얼큰한 곰칫국으로 유명하다. 살이 무른 곰치 몇 토막에 신김치를 썰어 넣어 끓여 맛을 낸다. 정라진항의 ‘향토식당(033-573-8686)’은 가자미회로 유명한 집이다. 뼈째 가늘게 썰어 무, 양파 등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정라진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의 해안도로는 동해의 망망대해를 차창에 달고 달리는 빼어난 드라이브길이다. ‘새천년해안도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길가에 ‘비치 조각공원’과 ‘소망의 탑’ 등이 있어 잠시 차를 쉬고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승우여행사(www.swtour.co.kr)는 삼척 정라진항 답사 상품을 내놓았다. 23일과 30일 출발하는 당일 상품으로 정라진항에서 가자미회를 먹고 소망의 탑, 추암 촛대바위, 어달리, 정동진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참가비 3만9,000원. (02)720-8311

포항ㆍ울진ㆍ삼척=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서해의 진미 '새조개, 굴구이'

겨울바다 진미 대결에서 서해라고 빠질 순 없는 일.

안면도가 감싸 안은 ‘호수 같은 바다’ 천수만은 지난 가을 대하로 북적대더니 이젠 새조개로 식도락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조개의 명품’으로 불리는 새조개는 야구공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뭉툭한 모양으로 속살의 발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11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다. 새조개는 수심 5~30m의 뻘과 모래가 섞인 곳에서 자란다. 양식이 불가능한 100% 자연산이다.

천수만의 어패류가 집중되는 홍성 남당항이 새조개를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남당항 횟집거리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식당 50여곳과 ‘파라솔’이라고 불리는 간이 포장집 100여 곳이 마주보고 있다. 새조개 먹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날것 그대로의 회와 매콤한 양념무침, 그리고 샤브샤브다. 먹는 방법은 달라도 연한 속살의 부드러움과 갯냄새 나지 않는 달콤한 새조개의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당항 아래 방파제를 건너면 보령의 천북면 장은리 ‘천북 굴구이 단지’다. 바다를 끼고 90여 굴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 굴구이 단지가 형성된 것은 10여년 전부터. 천수만 바다는 예부터 굴로 유명했다. 굴 캐는 아낙들이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고, 허기를 달래려고 굴을 껍데기째로 불에 넣고 구워먹기 시작했단다. 알음알음 이 맛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원조 굴구이’ 단지가 조성됐다.

껍데기째 구워낸 굴은 생굴과는 또 다른 맛이다. 생굴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하고, 비릿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 조개 구이를 많이 먹으면 비릿함 때문에 생목이 올라오기 일쑤인데 구운 굴은 아무리 먹어도 역겨움이 없다.

홍성ㆍ보령=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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