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8일 최근 실시된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위성요격 실험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이른바 ‘스타워즈’경쟁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미 당국과 민간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11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850㎞ 상공에 있던 기상위성을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미사일에 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충돌력만으로 위성을 격추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 성공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이고 미국이 1986년 마지막으로 실험한 지 20여년 만의 일이다.
DPA 통신은 한 중국 관리가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미국의 주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중국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위성발사센터에서 실험이 이뤄졌으며 파괴된 위성은 ‘펑윈(風雲)-1C’라고 말했다. 그러나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어떤 확인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단 “(미국 등 외국이) 이에 대해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으며, 우리는 우주에서의 군비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중국의 이러한 무기 개발 및 실험은 민간 우주분야에서 양국이 지향하는 협력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면서 “우리와 다른 국가들은 이런 우려를 중국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또 다른 고위관리는 한국과 일본, 영국 등도 조만간 중국측에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보다 직설적으로 “다른 나라와 테러집단들도 미국의 우주시스템을 공격하고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려 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평화적 목적으로 우주를 활용하는 권리가 침해돼도 참을 것이라는 환상을 어떤 국가나 집단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예민한 태도에는 중국이 미국의 첩보위성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데 대한 심각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위성파괴 탄도미사일 등 우주무기 경쟁이 촉발될 수 있음을 지적했고 영국 더 타임스는 미국이 우주전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위성요격 실험을 실시한 의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기술축적과 위성요격능력 과시의 목적도 있을 수 있겠으나 위성공격 무기의 실험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의 실험성공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우주에서의 행동의 자유’를 내세워 자신들이 비슷한 실험을 할 가능성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 미국이 86년에 실험을 중단한 것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고 파괴된 위성의 파편이 다른 위성 등에 피해를 주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파괴된 중국 기상위성 파편의 영향은 한층 심각해서 그 위험성이 사라지려면 25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우주 무기와 관련, 미국이 20년 전의 탄도미사일 체제에서 탈피해 강력한 지상 또는 우주 발사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미 공군이 제출한 예산서류 때문에 미국의 레이저 개발 프로젝트가 노출되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을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도 우주무기 경쟁을 촉발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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