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개발계획(UNDP)이 대북 현금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이 미국 주도의 전면적인 대북 자금줄 차단으로 해석되면서 그 실태와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미 베를린 회동을 통해 북핵 6자회담이 진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이 같은 조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6자회담에 다시 어떤 악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북한의 현금줄로 지목된 UNDP는 개발도상국의 경제ㆍ사회 개발 촉진을 위해 1965년 설립됐다. 북한과는 1979년 협약을 체결, 유엔기구 중 처음으로 1980년 평양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이 사무소에는 4명의 국제기구 직원 외에 20여명의 현지 직원이 채용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UNDP가 북한에서 벌여온 사업은 농경지 복구와 제방 건설 등 농업개발, 에너지ㆍ환경 및 인적자원 개발, 지역간 협력, 경제개혁 지원이다. 물류ㆍ교통 중심지 개발을 위한 ‘두만강개발계획(TRADP)’도 1992년 UNDP의 지원으로 북한 한국 러시아 중국 몽골 등 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협력 사업이다. 이 같은 사업과정에서 현금으로 지급된 현지채용 직원에 대한 급여 및 식대, 사무소 임대료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식량난이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 이후 대북지원은 UNDP와 세계식량계획(WFP),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유엔기구의 공동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들 유엔기구의 대북 지원액은 1995년 후반부터 2002년까지 1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UNDP의 대북 예산은 1999년 29개 프로젝트에 2,790만 달러였다. 최근엔 사업규모가 줄어 2005~2006년 예산은 2,220만달러였으나 실제는 2005년 210만달러, 2006년에 320만달러가 사용됐다.
미국이 UNDP에 주목하면서 유엔을 압박하게 된 데는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 결의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미국이 수천만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많지 않은 UNDP의 대북 현금지원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미국의 대북 자금줄 차단 의지가 그만큼 강경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문제제기가 다른 유엔기구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미국 내 강경파의 반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그보다는 강온파간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6자회담 이외의 모든 북한 탈출구를 봉쇄하려는 조치라는 관측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이 과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난처한 지경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족’을 앞세운 북한의 비난이 반 총장에 집중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휘둘린다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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