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청산면 주민들이 대규모 알루미늄 전문단지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공장부지를 감정가격에 조건 없이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한국일보 20일자 8면).
기업의 투자나 개발계획이 알려지면 보상을 노린 갖가지 편법이나 투기꾼들이 활개치고 주민들 간에 없던 불화도 새로 생기는 세태에 비춰보면, 모처럼 듣는 신선한 얘기다. 책상머리에서의 공허한 담론을 넘어 지역과 기업이 상생하는 구체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연구가치가 충분하다.
청산면 주민들이 산업단지추진위를 만든 것은 지난해 11월 현대알루미늄㈜이 충북도와 “2016년까지 청산면 일원 30만평에 8,315억원을 들여 연간 매출 1조원대의 세계적 알루미늄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직후였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춰 1970년대에는 1만 2,000명을 넘던 주민이 3,000명대로 감소할 만큼 쇠락을 거듭해온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2조 9,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 1,000명의 고용효과가 기대되는 대기업 유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투자계획이 발표된 후 부동산업자들이 날뛰고 땅값이 들썩이자 ‘작은 욕심’이 앞서 추진위의 활동을 마뜩찮게 여기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추진위는 부동산업소 몰아내기, 외지인에게 땅 팔지 않기, 건축물 및 과수 현황 신고하기 등의 운동을 꾸준히 벌이면서 이 달 중순부터 ‘감정가격에 땅을 제공한다’는 동의서를 받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20% 안팎인 부재지주의 태도가 변수이지만, 추진위는 땅 매각에 필요한 80% 이상의 동의를 끌어낼 자신이 있단다.
후대의 보다 큰 이익과 발전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주민들의 열성, 이에 화답해 레저단지와 사원주택도 짓고 지역민들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은 상생협력의 걸음마 단계이지만 흥미롭게 지켜볼 사안이다. 특정지역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서로 다른 이해를 좁혀가는 청산면의 소중한 작업은 수도권과 지방을 상충된 개념으로만 보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 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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