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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직후 한국인이 日人 성폭행' 소설 뒤늦게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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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직후 한국인이 日人 성폭행' 소설 뒤늦게 논란 확산

입력
2007.01.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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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학교의 한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일제 패망 직후 한국인들이 일본인을 성폭행하고 학대한 내용을 담은 소설 <대나무 숲 저 멀리(so far from the bamboo grove)> 의 교재 사용에 반발, 수업을 거부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17일 국내에도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2005년 5월 이 책을 <요코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번역ㆍ소개한 출판사(문학동네)를 비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책은 일본계 미국인 요코 가와시마 윗킨스(74)가 쓴 자전적 소설로, 주인공 모녀가 일본으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한국 남성에게 성폭행 위협을 당하는 장면 등 한국인들의 무차별적인 테러와 폭력 등을 묘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한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미국 사회와 미국인들에게 한국인과 한국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며 수업거부와 교재사용 금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뉴욕주의 사립학교 라이 컨트리 스쿨에서는 한인 2세 여학생이 이 소설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수업 거부운동을 벌였고, 최근에는 한인 등 13명의 도버 셔본 지역 학부모들이 지역 교육위원회에 교재 사용 금지를 건의했다. 또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도 교재사용 금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문학동네’는 이날 “어떻게 그런 소설을 내놓을 수 있느냐”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접속 폭주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이 소설은 중국에서는 반일감정 때문에, 일본에서는 주인공 어머니가 일본의 전쟁 도발을 비난하는 내용 때문에 출간이 거부됐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요코 이야기> 는 역사책도, 다큐멘터리도 아닌 소설”이라며 “한국 독자들이 일제 강점기 역사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전쟁 상황에서의 개연성 있는 일로 인식하며 거부감 없이 읽을 걸로 봤다”고 출간 동기를 설명했다. 염 국장은 “출간 당시 언론의 리뷰 기사도 그렇고, 출간 후에도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독자 서평만 봤을 뿐 비판적 견해는 접한 적이 없어 지금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책의 편집자 중 한 명인 박여영(현재 퇴사)씨는 “원고를 읽어 본 후 여러 사람이 고민했지만, 작품 주제가 한국이든 일본이든 전쟁의 피해자는 늘 여성과 어린이 등 힘 없는 사람들이라는 내용이어서 출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미국에서 이 책이 한국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교포들의 우려는 충분히 납득한다”며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지만, 작품의 주제가 힘 없는 자들이 어떻게 전쟁의 고통을 이겨내며 살아갔는가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요코 이야기> (원제 <대나무숲 저 멀리(so far from the bamboo grove)> )

일본계 미국인 요코 가와시마 윗킨스(74)가 1986년 미국에서 출간한 자전적 소설. 저자는 일본 고위 관리인 아버지를 따라 함경북도 나남(청진)에서 생활하다 일제 패망 직후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 책은 요코 가족이 일본인에 대한 폭력과 그로 인한 부상의 고통 등을 겪으며 일본에 도착했지만 일본인들로부터 멸시와 냉대를 받고 굶주림을 겪는 등 처참한 상황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미국의 상당수 중학교가 교재로 채택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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