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서울과학고에 입학하는 채진석(가명ㆍ15)군은 최근 친구들로부터 “학원 3곳의 홍보 전단지에 네 얼굴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얼굴이 실린 사실을 몰랐을 뿐더러 A학원은 다닌 적도 없는데 “과학고 합격생 배출”이라는 선전에 이용했기 때문이다. 며칠 후 A학원은 “학원에 두 달 공짜로 다니도록 해주겠다”고 연락해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김영훈(가명ㆍ17)군의 어머니 최모(46)씨는 고2 아들이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게 했다. 이 학원 논술 강사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는 말에 솔깃했는데 그 강사는 아들의 같은 반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서는 고려대 법대 출신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확인한 결과 법대 졸업생 중에는 그 강사의 이름이 없었다.
새 학기를 앞둔 겨울방학 시즌 학원들의 수강생 유치 전쟁이 뜨거워지면서 허위 과장 광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학원에 잠깐 들렀거나 심지어 다닌 적도 없는 학생을 자신의 학원 출신이라고 속여 ‘본원 출신 S대 합격생’ 이라고 내세우는가 하면 강사들의 학력이나 경력을 속이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관리, 감독을 맡은 교육청은 “전국에 4만6,000개나 되는 학원들을 낱낱이 점검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손을 놓고 있다. 결국 수강생과 학부모만 온갖 거짓 정보에 속아 비싼 수강료를 내며 학원을 다니고 있다.
허위 과장 광고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일류고, 일류대 합격생 수 부풀리기다. 학원들은 주로 명문교 합격생을 많이 배출했다는 식으로 능력을 과시하는데 그러다 보니 ‘겹치기 출연’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경기 일산 Y학원의 서울대 합격생 7명 중 4명은 인근 P학원도 “본원 출신”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최근 대형 학원들이 곳곳에 캠퍼스(분원)를 두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이 같은 부풀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원들은 전국 캠퍼스의 합격생 수를 합치는 방식으로 광고하는데, 한 학원이 배출한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합격자 수가 수 백 명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인천 B학원 원장 송모씨는 “대부분 학원들이 광고 목적으로 전단지에 명문교 합격생의 얼굴을 싣는 대가로 사례를 하거나 학원을 공짜로 다니게 한다”고 말했다.
강사들의 학력, 경력도 거짓 투성이다. 일산 D학원 박모 강사의 학력 및 경력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대치동 모 학원 강사 정모(33)씨는 “강사들은 대학 졸업 증명서만 내면 된다”며 “몸값을 높이려는 일부 강사들은 경력을 마음대로 쓰는데다 학원 역시 홍보를 위해 그냥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증명서를 위조하는 강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위 광고나 학력 게재에 대한 교육당국의 제재는 벌점을 주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세 번 적발돼야 문을 닫기 때문에 압박 수단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학부모는 “학생 피해를 막기 위해 교육당국은 학원 강사들의 학력과 경력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