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6년째를 맞는 프로야구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의 난관을 극복하면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는다면 프로야구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농협의 현대 인수추진을 계기로 한국야구의 3대 숙제인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 ‘수익구조와 제도 개선’, ‘유소년 야구 육성 방안’을 차례로 집중 점검해 본다.
# 광역연고제선 기존구단 동의 얻어야 가능전력 평준화 위해 '전면 드래프트'도 절실
야구규약 18조에 따르면 한국프로야구는 도시연고제를 채택하고 있다. 도시연고제란 프로축구처럼 특정 도시를 연고지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허울뿐이고 사실상 광역 연고제다. 가령 롯데의 경우 부산을 연고지로 하고 있지만 경남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연고지가 됐다. 8개 구단 가운데 순수한 도시연고제를 따르는 구단은 서울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두산과 LG뿐이다.
그 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일부 구단들이 도시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를 주장해 왔으나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해결되지 않았다. 전면 드래프트는 보호지역 출신 고교, 대학선수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뽑는 신인 1차 지명제도를 폐지하고, 전년도 성적 역순위 방식에 의해 전국의 모든 아마추어 선수를 대상으로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1차 지명선수는 2005년까지 1명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구단별로 2명으로 늘었고, 2009년부터는 3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도시연고제를 찬성하는 쪽의 의견을 요약해 보면 ▲신생구단 창단의 용이 ▲구단간 전력 평준화 등이다. 구단들이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큰 틀을 짜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현행 광역 연고제에서는 기존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만 창단할 수 있기 때문에 신생 구단의 참여가 어렵다. 도시연고제가 실시된다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신생팀 창단에 나설 것”이라며 “현행 광역 연고제가 폐지된다면 드래프트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G 김연중 단장도 “프로야구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간다면 도시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에 찬성한다. 전년도 꼴찌 팀이 가장 우수한 선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 평준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 보다 역사가 깊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가 오래 전 정착됐다. 미국은 완전 드래프트를 실시하는 반면, 일본은 연고지에 관계 없이 구단별로 매년 자유선발도 2명이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은 ‘자유선발+전면 드래프트’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전면 드래프트가 도입돼야 구단별로 전력 평준화를 이룰 수 있다. 도시 연고제로 갈 경우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은 KBO가 각 구단으로부터 기금을 걷어 고르게 나눠주면 된다”며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프랜차이즈 스타 소멸 ▲아마야구 기반 약화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KIA 정재공 단장은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다”면서 “KIA는 매년 연고 아마추어팀에 6억원을 지원하는데 도시 연고제를 한다면 과연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인프라가 한국과는 천지 차이인 미국, 일본과의 단순 비교는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 송규수 단장도 “도시 연고제와 전면 드래프트는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다. 언뜻 보면 좋을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야구 인프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현행 광역 드래프트와 전면 드래프트의 중간 형태인 ‘혼합 드래프트’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상일 KBO 운영본부장은 “도시 연고제를 실시하더라도 1차 지명은 연고도시에서 뽑고 2차 지명부터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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