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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들의 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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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들의 말이란

입력
2007.01.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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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의 저자 한나 아렌트는, 조작된 언어규칙이 사람들의 의식과 현실 감각을 얼마만큼 왜곡시켜놓는지, 나치의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2차 대전 당시 나치스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해 자신들만의 언어규칙을 만들었는데, 이 규칙이란 '학살'이나 '이송'이란 표현을 그대로 쓰지 않고 우회적 표현법으로 '최종 해결책' '완전 소개' '특별취급' 등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었다.

이런 언어규칙을 일상생활에서도 쭈욱 사용했던 나치스 친구들은 결국 자신들이 이전에 알고 있던 '학살'이란 뜻과 '최종 해결책'이란 뜻이 별개라고 생각했고, 해서 아무 거리낌없이 유대인들을 '최종 해결'했다. 조작되고 암호화한 언어규칙이 사람들의 현실 감각을 마비시킨다는 무시무시한 전언.

가만, 살펴보니 우리 사회에도 그런 암호화한 언어규칙들이 종종 쓰이고 있다. '산업역군'이니 '세계화'니 '구직단념자'니 하는 언어규칙들. 당신은 얼마만큼 당신 자신을 속이는 말들을 사용하고 있는가? 얼마만큼 많이, 조작된 상투어들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있는가? 묻고 싶은 아침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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