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1년 회비가 30만원, 50만원. 아주 특별한 VIP 고객만을 위한 플래티넘 신용카드 연회비가 아니다. 영화사 스폰지가 자사가 운영하는 극장 스폰지하우스에서 1년간 영화를 무제한 볼 수 있도록 내놓은 회원 카드 가입비다.
스폰지는 이색 마케팅과 독자적인 배급방식으로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중소 수입배급사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와 <메종 드 히미코> 로 일본 영화 열풍을 일으키며 ‘소규모 개봉, 장기상영’ 방식을 정착시켰다. 지난해 배창호 감독의 <길> 이 완성 2년 만에 관객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스폰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간> 의 국내 공개를 꺼렸던 김기덕 감독은 스폰지의 배급방식에 마음을 돌려 개봉을 결정하기도 했다. 스폰지는 저예산영화와 예술영화, 특히 일본영화를 자주 볼 수 있는, 작지만 튼튼한 창 역할을 해왔다. 시간> 길> 메종> 조제,>
스폰지가 지난해 개봉한 영화는 약 50편이다. 영화 1회 관람료를 7,000원으로 계산하면 ‘스폰지 영화’를 모두 보는데 드는 비용은 약 35만원. 신용카드 예약 할인 등을 감안했을 때 관객 입장에선 그리 남는 게 없다. DVD 20장 구입이 가능한 50만원 짜리 카드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너무 뻔히 보이는 장삿속이라는 말도 나올만하다. 그러나 카드 발행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스폰지하우스를 즐겨 찾는 관객들이 “이런 카드 있었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 했고 반응도 좋다. 공개 모집도 하기 전에 송금을 먼저 한 관객이 있을 정도다. 한 영화를 보고 또 보는 ‘폐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스폰지영화 마니아’들이 많기에 이번 카드 발행이 오히려 영화사에는 금전적인 득이 별로 없다고 한다. 조성규 스폰지 대표는 “반복 관람하는 관객에게 별다른 혜택을 못 줘 미안했다”며 “카드는 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렬한 후원자를 두게 된다는 점은 영화사에 큰 이득이다. 앞으로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관객과 다양한 서비스로 화답하는 영화사 대표가 그려갈 영화문화 지형도가 더욱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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