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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1930년대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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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1930년대로 달린다

입력
2007.01.1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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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의 신작 <좋은 놈, 나쁜 이상한 놈> 에 나올 한 장면. 허리춤에 쌍권총을 찬 송강호가 오토바이를 타고 만주 벌판을 내달린다. 열차털이 전문 강도와 돈을 노린 현상범 사냥꾼도 등장한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월남 파병 스키부대 출신’이라는 우스개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러나 시대적 배경이 현재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 감독이 일명 ‘만주 웨스턴’으로 지칭하는 <좋은 놈…> 은 1930년대 혼돈의 시기 만주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충무로가 1930년대에 주목하고 있다. <해피엔드> <사랑니> 로 섬세한 연출력을 발휘했던 정지우 감독은 <모던보이> 를 선보인다. 2000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이지형의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친일파 아버지 덕에 경성 한복판에서 신문물의 혜택을 누리던 한 ‘모던보이’의 미스터리한 낭만적 연애담을 그린다.

저예산영화 <여자, 정혜> 와 <러브토크> 로 주목 받은 이윤기 감독은 30년대 인천의 한 클럽을 배경으로 한일 양아치의 대결을 다룬 <클럽샴팡> 을 준비 중이다. 박종원 감독은 이중간첩 김수임의 생애를 그린 <낙랑클럽> 으로 30년대 풍경을 스크린에 복원한다.

30년대 언저리의 공포물도 있다. 2월12일 크랭크인하는 <기담> 으로 1941년 경성의 한 병원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일본 유학파 의사 부부가 한 병원에 부임한 뒤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

30년대는 우리 역사엔 일제 암흑기로 기록되는 시대다.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애써 외면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 시대를 담은 몇몇 영화는 식민지 치하 유명 예술인의 고뇌나 독립운동가의 영웅적 투쟁에만 매달렸다. <모던보이> 처럼 한가롭게 낭만을 이야기하거나 <좋은 놈…> 처럼 상업성 짙은 활극을 그린 영화는 ‘민족 정서’가 용납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30년대는 영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미개척지인 셈이다.

정지우 감독은 “30년대는 왠지 서양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대다. 볼거리를 많이 다룰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많은 감독과 프로듀서가 관심을 갖는 시기”라고 말했다. <기담> 을 제작하는 영화사 도로시의 김창아 팀장은 “시대적 분위기가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며 “무서우면서도 애절한 이야기에 잘 맞아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30년대를 다루기엔 아직도 부담이 적지않다. ‘그 시대를 그렇게 가볍게 다루냐’는 정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옛 풍경을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비용 부담도 문제다. 정 감독은 “고건물도 적고, 세트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기담> 은 극중 시대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촬영소에 1,200평 규모의 병원세트를 따로 마련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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