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겼다, 능력 있다, 부드럽다, 똑똑하다. 요즘 드라마에서 이런 남자의 직업은 어김없이 의사다. 재벌 2세가 주류를 이뤘던 드라마 속 ‘최고 신랑감’이 의사로 바뀌고 있다.
MBC <하얀거탑> , SBS <외과의사 봉달희> 등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은 물론 MBC <있을 때 잘해> 의 진우(변우민), KBS <눈의 여왕> 의 건우(임주환), MBC <여우야 뭐하니> 의 희명(조연우), KBS <포도밭 그 사나이> 의 경민(김지석), OCN <썸데이> 의 진표(김민준) 등 최근 멜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은 의사다. 또 3월 방영하는 SBS <마녀유희> 의 준하(김정훈)도 의사고, 최근 군복무를 마친 장혁도 3월 방송 예정인 MBC <우리들이 있었다> 에서 의사 민기서 역을 맡아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우리들이> 마녀유희> 썸데이> 포도밭> 여우야> 눈의> 있을> 외과의사> 하얀거탑>
이 의사들은 완벽한 남자로 묘사된다. 진우는 이혼녀 순애(하희라)의 아픔까지 감싸 안고, 경민은 백수나 다름없는 지현(윤은혜)을 조건 없이 좋아하고, 희명 역시 노처녀 삼류잡지 기자 병희(고현정)의 진짜 매력을 아는 따뜻한 남자다. 평범한 여성을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던 재벌 2세 자리에 의사가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재벌 2세들이 여자의 손을 잡고 “애기야 가자!”를 외치며 카리스마를 과시한 것과 달리, 의사들은 부드럽고 합리적이다. 건우는 다른 남자를 선택한 보라(성유리)의 사랑을 도와주기도 한다.
물론 요즘 드라마 속 의사들은 재벌 2세와 달리 끝내 사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드라마의 해피 엔딩은 여주인공이 재벌 2세를 통해 ‘신분상승’을 이루는 것이었다면 <여우야 뭐하니> <포도밭 그 사나이> 등의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남자와 의사로 대표되는 ‘조건 좋은 남자’ 사이에서 갈등 하다 과감히 사랑을 택했다. 의사들이 과거 드라마 속에서 재벌 2세에게 끌려다니기만 하던 ‘신데렐라’형 여주인공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고민을 안겨주고, 좀더 주체적인 사랑에 눈 뜨도록 부추기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포도밭> 여우야>
드라마 속 의사의 인기를 신분상승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TV 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신분상승의 희망이 있던 때는 시청자들이 재벌 2세와의 사랑에 자신을 대입했지만 요즘 재벌 2세는 아예 대중과 분리된, 닿을 수 없는 현대판 귀족처럼 느껴진다”며 “대신 개인의 지성과 능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의사가 현실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신랑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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