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보냐, 재도약이냐.
올해로 출범 26년째를 맞는 한국 프로야구가 중대한 전환점의 기로에 섰다. 프로야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아마야구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기회를 잘 살린다면 500만 관중을 동원했던 옛 영화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저 앉는다면 프로야구 존립의 기반마저 위협 받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일단 도약의 계기는 마련됐다. 재정난으로 수 년간 기형적인 구단 운영을 해온 현대 유니콘스가 농협중앙회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된 것이다. 물론 현대 매각이 최종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부적으로는 노조의 동의, 경영위원회와 이사회 의결, 감독 기관인 농림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농협은 현대 야구단 인수 검토의 배경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경제사업 활성화를 들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계는 농협의 프로야구 참여의 목적이 어디에 있던지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현대 매각이 순조롭게 성사된다면 15년 넘게 유지돼 온 8개 구단의 틀을 깨고 야구판의 ‘파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구장 해결 문제가 급선무다. 예상대로 농협은 지난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최대 시장인 서울을 새 연고지로 요구했다. 실무 협상에 참가했던 농협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출발을 하는 만큼 일단 올시즌부터 서울에서 시즌을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농협은 당초 잠실 구장을 요구했지만 KBO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목동 구장과 동대문 구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1년에 아마야구가 500경기 이상이 열리는 목동구장과 올해 말 철거 예정인 동대문 구장 모두 농협이 홈으로 사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야구계가 머리를 맞대고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농협의 프로야구 참여가 조직 내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아마야구계나 기존 서울 구단의 반대 등에 부딪혀 무산된다면 한국 야구는 또 다시 뒷걸음질 치게 된다. 전임 박용오 KBO 총재 시절부터 약속해온 9, 10구단 창단은 요원하게 되고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KBO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농협의 현대 인수가 불발된다면 올시즌 프로야구는 7개 구단으로 가는 수 밖에 없다. 현대는 더 이상 팀을 운영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며 “현대 문제가 해결 되야 도시연고제나 전면 드래프트 실시를 통해 신생 구단 창단을 유도할 수 있다. 기존 구단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야구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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