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사 참석 때문에 황급히 여권을 만들어 몽골을 며칠 다녀왔다. 몽골에서 본 이런저런 풍경들에 대해서 이곳에 늘어놓을 마음은 없다. 다만, 한 가지, 마지막날 몽골 징기스칸 공항에서 본 풍경 하나만은 꼭 적어두고 싶다. 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날 내가 본 풍경은 한국으로 돈을 벌러 들어가는 오십여 명의 몽골 남자들과, 그들을 배웅하러 나온 가족들의 작별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네댓 살 먹은 아이의 아버지들이었다.
이제 헤어지면 적어도 삼사 년은 보지 못할 사이였기에 작별의 시간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아이들의 울음 또한 쉬이 그치지 않았다. 모두 한국으로 들어가면, 한국사람들이 기피하는, 자신들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직종에 배치될 사람들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들의 작별 모습을 지켜보았다.
예전엔 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억지로 하면서 살까, 답답하게 여기고, 은근히 깔보기까지 했다. 그깟 돈이 뭐라고. 한데,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아버지들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자리에서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색치 않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자들이다. 나는 그것을 몽골 아버지들을 통해 보았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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