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들

입력
2007.01.16 23:50
0 0

어떤 행사 참석 때문에 황급히 여권을 만들어 몽골을 며칠 다녀왔다. 몽골에서 본 이런저런 풍경들에 대해서 이곳에 늘어놓을 마음은 없다. 다만, 한 가지, 마지막날 몽골 징기스칸 공항에서 본 풍경 하나만은 꼭 적어두고 싶다. 다른 것은 아니었다.

그날 내가 본 풍경은 한국으로 돈을 벌러 들어가는 오십여 명의 몽골 남자들과, 그들을 배웅하러 나온 가족들의 작별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네댓 살 먹은 아이의 아버지들이었다.

이제 헤어지면 적어도 삼사 년은 보지 못할 사이였기에 작별의 시간은 쉽게 끝나지 않았고, 아이들의 울음 또한 쉬이 그치지 않았다. 모두 한국으로 들어가면, 한국사람들이 기피하는, 자신들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직종에 배치될 사람들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들의 작별 모습을 지켜보았다.

예전엔 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억지로 하면서 살까, 답답하게 여기고, 은근히 깔보기까지 했다. 그깟 돈이 뭐라고. 한데,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아버지들이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자리에서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색치 않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자들이다. 나는 그것을 몽골 아버지들을 통해 보았다.

소설가 이기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