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 삼성전자가 ‘흑기사’가 될 것인가. 삼성전자가 환율급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다, 4월까지 320만주(1조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해 수급측면에서도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9차례의 삼성전자 자사주 취득기간(실제 매입일 기준) 동안 종합주가지수(KOSPI)는 평균 1.3% 상승했으며, 삼성전자의 주가는 평균 0.9%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종합주가지수(KOSPI)는 6번 상승, 3번 하락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과거 자사주 매입기 가운데 지난해와 2004년 상반기를 제외하면,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며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은 최근의 글로벌 증시 강세와 상품가격 안정,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해소와 맞물려 주식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증권 이선태 연구원도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 부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삼성전자의 자사주 취득기간을 이용해 적극적인 차익실현에 나섰던 전례가 있어 외국인 매도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은 과거 9차례의 삼성전자 자사주 취득기간 동안 1,614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았으며, 코스피시장 전체로도 4,52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횟수로도 삼성전자에 대해 6차례 매도 우위, 3차례 매수 우위를 기록했으며 코스피시장 전체로는 7차례 순매도, 2차례 순매수했다.
우려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이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공시 직후 이틀 동안은 코스피시장 전체와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 우위를 보였으나, 실제 매입이 시작된 16일에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과거의 자사주 매입시기와 달리 외국인 지분율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48%)까지 떨어져 외국인이 과거처럼 공격적인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최근 나스닥과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가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보이는 등 정보기술(IT)업종 전망이 긍정적인 점도 자사주 매입기의 주가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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