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에도 전체 아파트 공급물량의 30~40%에 한해 현행 추첨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청약가점제와 추첨제 병행 실시는 가점제 전면 도입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보완책이지만 이 경우 가점제 도입의 취지가 퇴색할 수 밖에 없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16일 가점제의 조기 시행으로 기존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 등의 불이익이 예상됨에 따라 가점제와 현행 추첨제를 한시적으로 병행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공공아파트에는 2008년부터, 민간아파트에는 2010년부터 가점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 올해 9월로 시행 시기를 앞당겼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가구주 연령 등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로 현행 추첨제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당첨 가능성이 높은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집을 넓히려는 1주택 보유자나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수요자들의 당첨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의 우선권이 사실상 박탈된다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보완책 마련을 검토한 결과, 한시적으로 현행 추첨제를 가점제와 함께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점제와 추첨제의 적용 비율은 미정이지만 전체 공급량의 30~40% 정도 물량에 대해 추첨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가점제와 추첨제의 병행 기간은 당초 가점제 도입 예정 시기였던 공공은 2008년, 민간은 2010년 전까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택산업연구원에 의뢰한 청약제도 개선안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종방안을 확정해 이르면 3월쯤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당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가점제 조기 시행의 의미가 퇴색돼 최종 결정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민주노동당은 이날 “이번에 마련된 청약가점제는 투기를 위한 다주택자의 시장접근을 차단하기 어려운 불완전한 제도”라며 “이런 생색내기용 가점제 마저 기존 추첨제와 병행하겠다는 것은 다주택자에게 비상구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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