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정책이 미국 내에서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홍보차 중동을 순방했으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라이스 장관은 이라크 미군 증파안을 골자로 한 새 이라크 정책에 대한 지지 확보를 위해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을 숨가쁘게 누볐으나 이들의 반응은 실질적 지원약속보다는 의례적 인사치레에 그쳤다. 요르단에서는 압둘라 국왕으로부터 부시 대통령이 택한 군사적 해결방안에서 탈피, 이라크 내 소수인 수니파의 정치참여를 보장해야 종파간 분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충고를 들어야 했다.
라이스 장관은 16일 쿠웨이트에서 사우디 카타르 오만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6개국과 이집트 요르단의 외무장관이 모이는 ‘6+2’회담에 참석, 막바지 외교노력을 펼친 뒤 다음 순방국인 독일로 이동했다.
다만 라이스 장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려는 노력과 관련해서는 그나마 빈손을 면했다. 라이스 장관은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설득, 3~4주내에 팔레스타인 국가창설 등을 논의할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비공식 3자 대화를 갖는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미국은 그 동안 이라크전에 발목이 잡혀 중동의 근본 문제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분쟁 해결을 등한시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라이스 장관이 최소한의 대화 채널은 복원한 셈이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이스라엘을 인정치 않는 강경파이자 내각을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측과는 여전히 접촉을 하지 않음으로써 모처럼의 합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새 이라크 정책이 정작 이라크 정부 관리들로부터는 강한 저항에 직면, 부시 행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새 정책에 따라 미국과 이라크 부대가 수주일 내에 구성돼야 하나 시일이 촉박하고 지휘권에 관한 논쟁도 촉발될 수 있으며 정부를 주도하는 시아파가 기득권을 포기하려 할지도 매우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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