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고건 쇼크’의 수혜자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을 꼽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고 전 총리 지지자 가운데 호남 지역의 비중이 35% 이상을 차지했다”며 “이 중 상당수가 고 전 총리 다음으로 호남 대표성을 가져온 정 전 의장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 지지층 가운데 안정 지향성을 가진 표심은 이 전 시장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실장은 “실제로 고 전 총리 지지자를 상대로 2순위 지지 후보를 물어보면 이 전 시장을 선택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세대ㆍ계층면에서 지지층이 일부 겹치므로 “2위 주자였던 박 전 대표가 이외로 더 많은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고 전 총리가 마지막까지 갖고 있던 10%대 지지도는 말 그대로 반(反) 한나라당 성향의 엑기스 표심”이라며 한나라당 주자들의 반사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근태 의장 등의 지지율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 전 총리와 지지층이 별로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가 지지율 하락을 불출마 이유로 삼았다는 점에서 여권 주자인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 등에게는 무언의 대선 출마 포기 압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3강 구도’로 정립했던 대선 판 자체가 무너진 데 의미를 두는 견해가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고 전 총리의 낙마로 여권의 후보 진공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전체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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