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두 라이벌 스타 CEO였던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과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에 승진한 쪽은 이기태 사장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내 3만4,000명 연구개발인력의 최고 정점인 기술총괄 부회장을 맡음으로써, 사내 서열상으론 윤종용 부회장에 이어 2인자 반열에 올랐다. 포스트 윤종용의 자리에 한 발 다가선 셈이다.
하지만 진짜 웃는 쪽은 승진한 이 부회장보다 현직을 유지한 황 사장쪽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의 꽃’인 사업부 수장 자리를 내놓은 반면, 황 사장은 최고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총괄을 그대로 맡게 됐기 때문. 황 사장은 실적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계속 입증할 수 있는 위치인데 비해, 사업부가 없는 이 부회장은 더 이상 객관적 업적입증이 어려워 직급에 관계없이 내용상으론 황 사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크호스’로 부상한 최지성 사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최 사장은 2003년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을 맡은 뒤 ‘디지털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삼성전자 TV를 지난 해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인물로,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뒤를 이어 정보통신 총괄사장으로 영전했다. 때문에 앞으론 경쟁구도가 ‘이기태-황창규’에서 ‘황창규-최지성’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관계자는 그러나 “아직은 누구도 결과를 장담못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인사특성상, 끝까지 경쟁구도를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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