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청구 소송에서 패한 전직 대학교수가 재판을 맡았던 판사에게 석궁을 쏴 상해를 입힌 사건은 충격적이다. 소송당사자가 법정 밖에서 법관에게 테러를 가한 것부터 유례없지만, 손꼽히는 대학에 몸담았던 엘리트 학자의 범행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더 크다.
법관에 대한 테러는 법치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범죄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법부와 사회도 법치의 실질을 개선하고 견고하게 다지는 길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사건의 두드러진 의외성은 재임용 탈락 교수가 복직을 위한 민사소송에서 거듭 패한 앙갚음으로 극단적 범죄를 저지른 데 있다. 통상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강력범 등이 법관을 위협하고 난동을 부리는 것과는 다른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실력 있는 학자로 평가되던 이가 재임용에서 탈락해 오랜 복직투쟁을 벌인 경위로 미뤄 외곬 성격에서 비롯된 예외적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입시 출제의 오류를 지적, 주변과 불화한 것이 재임용 탈락의 빌미가 됐다며 10여년 소송으로 다투는 과정에서 학계의 동정을 받은 사실은 객관적 판단을 어렵게 한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가 법원 판결을 시비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된 판단에 불법적 수단으로 맞서는 행태와 풍조를 꾸짖고 바로잡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그릇된 사법관행을 개혁한다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사법부의 본래 권위와 법치의 기본원칙마저 훼손, 사법불신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함께 되돌아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법정모욕죄 신설과 경호 강화 등 사법의 권위를 지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한층 절실한 것은 사법부 스스로 소송당사자와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길을 고민하는 자세다.
형사든 민사든 법률적 판단은 냉엄하게 하되 당사자의 처지와 인간적 고뇌를 동정하고 배려하는 사법 본연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법치에 대한 도전을 개탄하던 법원이 신뢰회복을 되뇌는 것은 이 점에서 바람직하고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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