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에 대해 한 정치인은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사태 파악이 빠르고 냉철하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대선 불출마 선언의 배경에도 이런 성향이 반영된 듯 하다.
고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장 퇴임을 앞두고 고 전 총리는 민주당 대선주자군으로 거론됐지만,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노무현 후보에 뒤지자 뜻을 접었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파동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대통령감’으로 인식됐고, 총리직을 사퇴하면서 대선 가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2005년부터 실시된 여론조사마다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그 해 11월 조사에서는 어느 후보와 맞붙어도 모두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팬클럽인 ‘우민회’가 전국 조직으로 확대 재편됐으며, ‘고청련’ 등 우호 단체도 이때 생겨났다.
고 전 총리는 대학 순회 강연을 시작하며 정치권과 한발 떨어진 상태에서 대중 속을 파고 들었다. ‘창조적 실용주의’를 주장하며 중도 통합을 강조, 지지율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월 싱크탱크인 ‘미래와 경제’를 발족한 데 이어 8월에는 신당의 예비조직 격인 ‘희망연대’를 발족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굳혔다.
하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정치적 역량과 비전을 보이지 못한데 따라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들더니 북핵 사태 등을 거치며 3위로 주저앉았다.
신당 창당과 통합신당 참여 등을 놓고 고심하던 고 전 총리는 12월 노 대통령의 ‘실패한 인사’ 발언을 놓고 설전을 치르기도 했지만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최근 10여일간 칩거에 들어갔다가 16일 불출마 결심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행정의 달인’은 그렇게 정치권과 작별을 고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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