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은 올해 14살의 국내 최연소기사로 작년 5월에 입단해서 3개월 간 연수를 거친 후 8월부터 공식 기전에 출전했다. 아직 일반 바둑팬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름이지만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오랜만에 ‘물건’이 하나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흑백이 서로 어슷비슷하게 어울린 가운데 중반 전투가 한창 진행 중인데 흑1 때 백2로 꼬부린 수가 얼핏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수순 하나를 빠뜨린 결정적인 패착이다.
다음 순간 김주호가 흑3부터 9까지 절대 선수를 활용해서 치밀하게 사전 공작을 해 놓은 후 11로 내려 빠지자 백 다섯 점이 그냥 잡혀 버렸다. 백12에는 흑13으로 두어서 그만이다. 이래서는 흑 필승의 형세다. 이후에도 바둑은 80여수가 더 진행됐지만 도저히 역전이 불가능했다.
실전 백2로는 <참고도> 1, 2를 먼저 교환한 다음 3으로 두었어야 했다. 그러면 결국 4부터 18까지 서로 필연적인 수순을 거쳐 흑백이 각생을 하게 되는데 이 그림은 백에게 선수가 돌아가서 아직 해볼 만한 형세다. 참고도>
두 선수는 같은 ‘최철한 연구실’(‘행현 연구실’이 작년 가을 젊은 기사들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이름을 바꿨다) 소속으로 평소 연습 대국 때는 박정환의 승률이 좋았다는데 실전에서는 선배의 관록이 후배의 패기를 압도한 셈이다.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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