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발전용 원자로인 '고리 1호기'가 6월로 설계 수명 30년이 다한다.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6월 과학기술부에 계속 운전 허가를 신청했고, 늦어도 연말까지는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계속 운전 여부가 국내 에너지ㆍ원전 정책의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어서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합의가 요구된다.
가능성이 낮지만 '폐기' 결정이 내려지면 원전 본체 폐기의 첫 사례가 된다. 중ㆍ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입지 문제로 겪었던 갈등에 비추어 폐기 과정에 적잖은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
15년 간 총 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폐기 비용은 앞으로 원전의 경제성 평가에서 뺄 수 없는 항목이 되어 원자력 발전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구체적 방침조차 없는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폐기 비용까지 포함하면 더욱 커진다.
거꾸로 '계속 운전' 결론이 내려진다면 전체적 비용 절감 효과가 새로 부각돼 한동안 주춤했던 원자력 이용 주장에 탄력이 붙게 된다. 수명 연장과 재활용의 지혜는 원전이라고 예외가 아니며 원전 신규 건설에 대한 국민적 인식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비용 문제가 아니라 확고한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 가능성이다. 지난 2년 간 배관 등 노후 설비 교체와 함께 실시된 자체 안전성 검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적용된 안전 기준이나 연장 기간은 이미 많은 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고 있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훨씬 더 엄격하다고 한다. 7월에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안전성 검사까지 거치고 나면 안전에 대한 의문은 많이 희석될 만하다.
남은 과제는 지역 주민의 인식인데, 지난해 6월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데서 보듯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어렵다고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으며 안전성 담보만 확실하다면 일부 주민의 부정적 눈길도 많이 누그러뜨릴 수 있다. 공론화와 함께 주민과의 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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