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프로야구단 인수를 추진 중인 농협중앙회가 새로운 연고지로 최대 시장인 서울을 요구했다. 또 농협은 스포츠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야구단 인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계열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 유니콘스 매각에 한층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한국일보 15일자 30판 단독보도>한국일보>
농협 고위 실무 관계자는 15일 오후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과 이상일 본부장을 만나 현대가 기존 연고지로 사용하고 있는 수원에서 서울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농협이 서울로 입성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 농협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가 지난 2000년 기존 연고지 인천을 신생팀 SK에 내주면서 2001년 후반기부터 서울로 진입할 수 있다는 KBO 이사회 의결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일단 농협은 3월17일 시작하는 시범경기부터 잠실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것을 희망했다. 그러나 KBO는 현재 잠실 구장은 기존 구단인 LG와 두산이 사용하고 있어 3개 팀이 함께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KBO는 농협측에 그 대안으로 동대문 구장이나 목동구장을 개보수해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농협의 한 관계자는 “KBO측에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동대문 구장이나 목동구장이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현실적으로 잠실 구장을 공동으로 사용하기가 어렵다면 KBO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현재 동대문구장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시민공원을 조성할 계획이고 목동구장은 아마야구 경기를 소화하는 데도 빡빡한 실정이다. 하 총장은 “농협이 최대 시장인 서울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나 운동장이 마땅치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농협측에도 충분히 설명했다.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하지만 농협이 현대 야구단을 인수하는 큰 그림은 그려졌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구장 문제만 해결한다면 유니콘스 매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실제로 농협은 지난 10일 현대 야구단의 최대 주주(76%)인 하이닉스 반도체와 80억원에 주식 양도를 합의했고, 양측은 조만간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농협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농협은 과거 실업야구의 경험을 되살려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기업문화 정착과 농협그룹 도약에 따른 새로운 이미지 제고를 위해 프로야구단 인수를 검토하게 됐다’고 현대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농협은 현재 야구단을 중앙회가 직접 인수하거나 목우촌, 아름찬, 한삼인 등 농협그룹 계열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농협이 야구단을 인수할 경우 어차피 계열사들이 광고주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농협에서 나오는 농축산물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유통ㆍ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계열사들의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 노조의 이형순 정책실장도 “해마다 200억 가량이 드는 야구단을 왜 하느냐는 비난도 있을 수 있지만 농촌과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찬성하겠다”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후 “이번 주내에 노조 방침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이 현대를 인수하는데 드는 돈도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하일성 총장은 “총 비용은 200억원에 크게 못 미칠 것이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순수 인수 대금 80억원과 현대가 SK에 내줘야 할 54억원이 포함돼 있다.
물론 KBO 가입금은 별개다. 현대 야구단의 부채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가입금과 관련, 하 총장은 “사실 얼마를 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이 부분은 이사회와 총회에서 추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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