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손수건 1만장이 아니라 10만장이라도 달 거예요.” 최우영(37ㆍ여) 납북자가족협의회 회장과 가족들이 15일 오후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을 찾았다. 이날은 최씨에게 특별한 날이다. 최씨의 아버지 종석씨는 정확히 20년 전인 1987년 1월 15일 동진호 선원 11명과 함께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납북돼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그해 2월 아버지를 송환하겠다고 통보했지만 현재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최씨는 대통령에게 탄원서도 보냈고 국내ㆍ외 인권단체와 정치인들에게 도움도 요청했지만 20년 동안 북한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시도 아버지를 잊은 적은 없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돌아오지 않을까. 정성이 부족했나 보다.’ 최씨는 이달 초 가족들과 함께 납북된 아버지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며 임진각 망향단 부근 소나무 20여 그루에 노란 손수건 1만개를 달기 시작했다. 열흘 동안 매일 이 곳으로 출근해 사다리와 크레인까지 동원해 손수건을 달았다. 손수건 값만 수백만 원이 들었다.
임진각 망향단에 아버지와의 작은 끈을 매두었던 최씨는 아버지 납북 20주년인 이날 다시 이곳을 찾았다.
최씨는 아버지를 위해 쓴 ‘수취인 없는 편지’를 읽었다. “아버지 자리가 비어 있던 설날 아침 목놓아 울던 17세 딸 우영이는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섰어요. 환갑상도 못 차려 드린 불효자가 되어 북녘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파주=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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