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노조 파업이 자본시장에서 현대차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증권업계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현대차의 경영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고로(高爐) 방식의 일관 제철소 사업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15일 한국일보가 주요 10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노조 파업이 현대차 경영에 미칠 파장에 대한 긴급 설문 조사 결과, 9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나머지 한 명도 이번 파업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고, 앞으로는 노사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경영목표가 달성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노조의 정치파업으로 지난해 생산이 당초 목표의 98.5%에 머물렀던 현대차가 새해 벽두부터 터진 노사갈등으로 올해 생산 목표( 273만5,000대, 42조원)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게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메릴린치와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들도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현대차의 실적 전망을 낮췄으며, 당분간 주가도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노조 문제가 올해 현대차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일부 모델의 인도 공장 이전은 또 다른 노사갈등을 야기할 것이고, 이는 신모델 출시에 영향을 미쳐 생산량 증가 계획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도 노사갈등과 함께 ▦내수점유율 하락 ▦일본업체의 가격 인하 공세 ▦해외설비 가동률 하락 악재가 겹칠 경우 지난해 4.8%였던 영업이익률이 올해에는 1.8%로 급락하고, 주가는 4만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본시장에서는 노사갈등이 조기에 마무리되지 못해 현대차가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경우, 5조2,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일관제철소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증권 P 애널리스트는 “현대제철측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당초 2조5,000억원을 해외에서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환율 하락으로 달러 차입규모가 급증한 상황”이라며 “노사갈등으로 현대차의 신용등급마저 하락할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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