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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김병주 前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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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김병주 前 서강대 교수

입력
2007.01.1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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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68) 전 서강대 교수는 80년대 이후 각종 경제현안에 깊숙이 관여한 현실참여 경제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금융통화위원(1986)과 금융산업발전 심의위원장(1995), 금융개혁위원회 부위원장(1997), 은행경영평가위원장(2000) 등의 경력이 그에 대한 이 같은 평을 뒷받침한다.

그는 그러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경제를 강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글을 쓴 경제 칼럼니스트로 더 유명하다. “강단이 좁아 글로써 국민들에게 직접 경제를 얘기하고 싶었다”는 김 전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시급한 과제로 교육, 특히 경제ㆍ금융 교육을 꼽았다.

“높은 교육열 덕분에 우리나라의 ‘리터러시(읽고 쓰는 능력)’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 앞에 금융, 파이낸셜이란 말을 붙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중 최하위입니다. 유교교육의 잔재지요. 정작 유교가 출발한 중국에서는 실사구시를 내세워 돈이 중요하다는 것, 돈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경제전문가인 연방준비은행 직원까지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의 하나로 ‘시장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는 나라’를 꼽은 그는 “경제교육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를 한단계 높여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_우리 경제에 교육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설명해 주시지요.

“이제 세계는 더 이상 봉쇄경제체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골드만 삭스나 론스타 등 국제적인 마켓 플레이어(시장 참여자)들이 언제든 들어오는 상황인데 국내 기업들은 여기에 대비할 수 있는 경쟁체제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과의 경쟁은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인데 어디 하나 제대로 된 대비가 없는 겁니다. 기업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입니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감사원이 건건이 꼬투리를 잡고 검찰이 나서 뒷다리를 겁니다.”

_ 지난해 검찰의 론스타 처리문제를 달리 보시는군요.

“DJ정부 때 잉태한 카드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 바로 론스타문제의 출발입니다. 카드대란 당시 국민은행은 1조 남짓에 외환은행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요. 그런데 당시로는 여력이 없어 론스타에게 넘어갔는데 국민은행이 이를 되사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4조원이나 더 주고 사게 됐습니다. 론스타가 배팅에 성공한 것인데 론스타는 택스헤븐(조세회피지역)에 있는 기업이어서 매각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못합니다. 검찰이 다른 방향으로 때린 것이지요.”

_론스타는 주가를 조작한 분명한 범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됐습니다만.

“깊이 따져 들어가면 조작인지 경영판단에 의한 것인지 논란이 없을 수 없습니다. 검찰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 결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에 대한 미국 월가의 평판을 우려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조그만 문제입니다. 더 큰 손실은 당국자들의 책임회피 가능성입니다. 재경부나 금감원 등 감독당국이 앞으로 우리 금융시장에서 벌어질 각종 현안에 제대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해 보지요. ‘미루고, 섞고, 숨기고’ 라는 ‘3고’로 말입니다. 즉 이제 일이 생기면 재임중 처리하지 않으려고 미룰 것이고 좋은 것 나쁜 것 두루뭉수리 섞어 제값받기는 뒷전일 것이고, 책임질 일은 최대한 숨겨 임기가 끝나기만 기다릴 것입니다.”

_감사원이나 검찰의 어설픈 개입이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앞으로 외국 마켓플레이어가 더 많아질 겁니다. 은행도 있고 비은행권도 있고 펀드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금융기관의 기법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감사원이나 검찰이 이런 현실을 제대로 모르면서 이를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IMF 직후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우량금융기관 여부를 판정하는 잣대로 잘 알려져 있지요. 이를 바탕으로 금융기관의 매각여부를 결정했습니다. BIS는 6개월, 1년 앞을 내다보고 계산합니다. 각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붙이고 이를 종합하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따라 BIS가 다 달라집니다. 감사원이나 검찰은 초등학교 산수 계산처럼 변치 않는 분명한 답이 나오는 것으로 알지만 그렇게 안됩니다. 위원장으로 책임을 맡아 문을 닫게 한 것이 평화은행과 광주은행 제주은행 입니다.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회계사 등 40여명과 함께 들어가 작업을 하는데 예상 시나리오를 조금만 바꾸어도 결과는 다르게 나옵니다. 예를 들어 당시로는 현대전자가 다 괜찮은 줄 알았어요. 개당 10달러 하던 반도체가격이 1년 사이에 4~5달러대로 떨어지는데 누가 그걸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BIS계산인데 나중에 이것을 근거로 감사원이나 검찰은 조작을 했다고 합니다. 직접 해봐서 말씀 드립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_교육이 대안으로 가능한지요.

“수년전 감사원에서 ‘모 은행에 부실 자산이 있으니 떼내 팔라’고 했습니다. 이걸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샀어요. 은행은 부실부문을 떼내니 깨끗했는데 나중에 다시 감사원이 캠코에 ‘왜 국가기관이 이것을 갖고있는지’를 따지면서 ‘빨리 팔라’고 했습니다. 한 두개 업체를 나눠서 팔기 어려워 캠코는 한꺼번에 40~50개 기업을 묶어서 팔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한국계 기업들은 돈이 없으니 못사고 외국계 기업이 모두 샀습니다. 정확한 가격을 책정해 팔려면 자산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실사를 해야 하는데 감사원이 시간을 한달밖에 주지 않았어요. 중요한 것만 볼 수밖에 없었고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0원으로 할 수 없으니까 100만원 등으로 책정했지요. 이걸 골드만 삭스 등 외국계 금융기관이 사갔습니다. 2년여 지난 뒤 감사원이 ‘해당 항목 자산가격은 100만원이 아니라 1억원’이라면서 왜 이렇게 팔았는지 따졌지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자료를 하나하나 수집해 ‘전문지식이 없는 감사원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고 문제를 조목조목 제기했고 감사원은 결국 고발하려다 못하고 넘어갔던 일도 있습니다. 감사원이 그렇게 잘 알면 감사원에게 모든 감독기능을 다 주어야 합니다. 금통위원할 때 보니 통화관리까지 감사원이 나서던데 그러려면 독립된 중앙은행을 왜 둡니까. 감사원은 회계감사만 하면 됩니다. 제대로 된 경제교육이 있어야 진정한 국가이익이 지켜집니다. 애국심만으로는 국익을 챙길 수 없습니다.”

_ IMF 10년을 맞는 우리 경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가계부채가 문제입니다.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가계 부실이 우려되고 있지요. 다행히 일본식 버블 붕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닙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50% 선이어서 일본의 90년 당시보다는 낮다는 것인데 지금부터 잘 관리해야 합니다. 여러 위험들이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97년 말과 같은 그런 형태의 금융위기가 오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_그래도 당시 못지않은 위기감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책부재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이지요. 정부가 지금 시장경제를 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해요. 경제논리는 실종되고 양극화 해소, 분배 등의 슬로건을 내건 정치적인 논리가 경제를 망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의 혼미에서 오는 위기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런 점 때문에 위기감이 높은 것인데 97년과 똑 같은 패턴, 똑 같은 신호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_ 정책이 혼미해진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처음 3년은 괜찮았습니다. IMF를 졸업했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어려움이 시작됐습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 발행한 카드가 불씨였고 이 정부 들어서는 시작부터 지나친 진보를 내세워 사회주의 색깔까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정도였지요. 이 같은 변화는 곧 부처별로 좌충우돌하는 결과로 이어져 정책의 일관성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각 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니까 일관되고 체계적인 책임체계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총리가 있지만 경제총괄을 못하고 청와대내 급진 보좌진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부총리라도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현정부 초창기에 국민경제제도 자문위원회에 들어가 ‘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었으나 당시 노대통령은 ‘일하는 것을 봐가면서, 신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뒤 맡기겠다’고 했지요.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되면서 각 부처간 충돌이 많고, 비선조직과 재야 NGO(비정부기구)들의 목소리가 커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_다잡지 못하고 있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한둘이 아니지요. FTA(한미자유무역협정)만 보더라도 그래요. 진짜 협상은 지금 미국과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와 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준비와 대책으로 농민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계층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반미 반세계화를 교조적인 이념으로 내세우면서 그저 반대하는 분위기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는 판단이 섰으면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친위 그룹들과는 자주 만나면서 어디 노동자 농민들과 시간 한번 가진 적 있습니까? FTA에 대한 대통령의 준비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까지 있습니다. 97년 금융위기가 결국 갈피를 못 잡고 과잉 중복투자를 방치한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됐는데 현 정부도 결과적으로 가진 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경제정책에 집중해 왔다고 봅니다.”

_남은 임기중 현 정부가 가장 챙겨야 할 분야와 대선 후보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거의 모든 역대 대통령을 다 만나봤어요. YS는 IMF 직전인 지난 97년 ‘아직은 내가 힘이 충분히 있다’고 합디다. 임기말 노태우 전 대통령도 ‘여러분이 레임덕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지요.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만, 남은 기간동안 뭔가 하려면 경제쪽에 집중해야 합니다. FTA라도 제대로 준비해서 잘 마무리하면 낙제점은 면할 겁니다. 부동산문제는 너무 크게 벌여 놓아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다음 대통령에 나선 분들은 운하니 페리니 하는 슬로건보다는 지금은 지식산업의 시대인 만큼 과학 재교육문제 등 교육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기업들의 사기를 북돋을 만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제대로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약력

1939년 경북 봉화 출생

현 주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경복고,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글래스고우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박사

1966 한양대 경제학과 조교수

1970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981 국무총리 정책자문연구회 위원

1986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1995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장

1997 금융개혁위원회 부위원장

1999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

2000 은행경영평가위원회 위원장

2001 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위원회 위원장

2001 한국경제학회 회장

2005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현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한국투자자교육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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