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마르크시즘이 부활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연말에 게재한 기사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빈부격차를 날로 심화시켜, 자본주의의 모순과 미래를 신랄하게 파헤친 마르크스 이론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를 무덤에서 불러낸 배경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 계층이 전세계 자산의 50% 이상을 가진 반면, 가난한 50%의 사람들이 가진 부는 1%도 안 된다'는 유엔보고서와 노동계층의 빈곤한 상황 등이 제시됐다. 마르크스는 지난해 BBC의 여론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꼽히기도 했다.
▦ 연초 영국의 가디언 BBC 등은 "주요 선진국의 대표 노조들이 다국적 기업에 맞서기 위해 글로벌 슈퍼노조를 만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제조업노조 Amicus, 독일의 엔지니어링노조 IG-메탈, 미국의 철강노조 USW 및 기계산업노조 IAM 등 3개국 4개 노조가 조만간 통합협정을 체결해 조합원 650여만명의 거대 국제노조를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취지는 "글로벌 자본주의 세력이 나라별로 노동자를 차별대우하고 서로 반목케 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며, 10년 내에 세계를 포괄하는 거대노조를 출범시킨다는 목표도 있다.
▦ 해가 바뀌는 시점에 나온 두 기사는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세계화가 지구적 차원의 노동계층 궁핍화와 분열을 촉발하면서 자본권력의 헤게모니를 더욱 공고화하는 흐름을 지적하고, 이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회주의 체제와의 효율성ㆍ민주성 경쟁에서 자본주의가 승리한 이후, 자본이 규율과 절제를 망각하고 탐욕스런 이윤동기에만 집착하는 것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글로벌 무한경쟁에 내몰린 자본으로선 "시대착오적 소리"라고 가볍게 넘기겠지만, 역사적 잣대로 오늘의 세계상을 되돌아보는 안목을 제공한 점은 흥미롭다.
▦ 유럽의 좌파 지식인과 노동운동가들이 한국의 현대차를 견학해보면 어떨까. 일개 사업장이란 한계는 있지만 1,000명 안팎의 노동운동가그룹이 4만3,000여명의 노동자들을 강철대오로 묶어 경영을 쥐락펴락하며 불사조의 투쟁방식을 이어온 것을 보면 일단 감탄할 것이다.
그러나 귀족화ㆍ특권화한 노조집행부의 분열적 리더십이나 대중과 유리된 투쟁만능주의의 타성을 보고도 박수를 칠까. 열악한 다른 노동계층의 삶엔 아랑곳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강화에 골몰하는 집단에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마르크스의 외침마저 공허하게 들릴 것 같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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