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박종철 선배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박종철 선배께

입력
2007.01.14 23:46
0 0

제가 94학번이니까 꼭 10년 후배가 되는군요.

선배가 누구인지 처음 안 것은 대학 신입생 때였습니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선배들의 기념비를 둘러보는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함께 갔던 선배들은"우리가 자유롭게 말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서울 가거든 절대 데모하는 데 따라 다니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이 걸렸거든요. 그 뒤 도서관을 오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선배의 기념비 앞을 지나쳤지만 꽃 한송이 갖다 드리지 못했습니다. 시험 공부하느라 취직 준비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위했습니다.

대학 졸업반이던 97년. 선배가 돌아간 지 10년이 되던 그 해는 대선이 있었죠. 민주화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선배의 존재가 새삼 부각이 됐습니다."선배의 뜻을 이어받자"는 외침이 대선 끝날 때까지 들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렇게도 선배를 기억하자던 사람들은 집권하더니 기념관 하나 만들자는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오늘 선배의 20주기 행사를 취재하러"탁! 치니 억! 하고"선배가 숨을 거두었다는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죄송하다는 마음뿐입니다. 선배가 그토록 외쳤던 '민주화'의 참뜻을 우리가 온전히 이어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386'이라 이름 붙는 선배의 동년배 일부는 정치계로 나섰지만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깎아 내리는 것으로 수구ㆍ보수의 부활을 꾀하는 움직임도 고개를 든 지 오래입니다.

선배께서 '불나비'를 즐겨 불렀다죠.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불나비를 불렀습니다. 이 땅에 자유, 평등, 평화는 아직 다 오지 않았습니다. 10년 뒤 선배의 30주기에는 결코 죄송스럽지 않도록 살겠습니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